아킬레스건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 등록 2021-02-20 오전 8:30:44

    수정 2021-02-20 오전 8:30:4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발뒤꿈치에 있는 힘줄을 뜻하는 아킬레스건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우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저승에 흐르는 스틱스 강물에 담갔지만 손으로 잡고 있던 발목 부위만 물에 잠기질 않았다. 그곳은 아킬레우스가 유일하게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곳, 약점이었다. 아킬레우스는 나중에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당긴 활시위에 바로 그 발목 부위를 맞고 죽었다. 그래서 아킬레스건은 치명적인 약점이란 의미로 쓰인다.

실제로 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힘줄이기도 하다. 우리가 서있고, 걷고, 뛰고, 운동을 할 때 모두 이 아킬레스 힘줄이 사용된다. 이 부위가 부상을 입게 되면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부상은 빈번하다. 가장 흔한 건 아킬레스 힘줄염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아킬레스 힘줄에 염증이 생겨 병원을 찾은 사람은 15만명이다. 5년 전에 비해 10% 이상 늘어난 수치다.

대부분의 근골격계 질환은 노화와 함께 찾아온다. 그래서 청년층보다는 중장년층에서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아킬레스건염은 다르다. 40대까지의 비중이 전체의 74.2%를 차지한다. 왜 아킬레스건염 환자의 연령만 이렇게 ‘거꾸로’ 가는 걸까?

이유는 아킬레스건염이 대부분 ‘높은 활동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아킬레스건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 넘는 운동을 지속해서 하거나, 오래 달리기, 등산 등의 운동을 반복해서 하여 아킬레스 힘줄 부분에 스트레스가 계속 가해지면 발생한다. 그래서 중장년 층보다는 젊은 층,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문제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아킬레스 힘줄이 우리 몸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위이며, 따라서 이곳에 통증이 지속되게 되면 걷는 것부터 시작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연세건우병원 박의현 병원장은 “아킬레스건염의 증상은 발바닥이 붓거나 뒤꿈치 뼈 부분의 통증 또는 열감 등으로 나타난다. 걷거나 뛸 때도 아플 수 있고,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극심한 통증과 뻣뻣하고 경직된 느낌이 드는 증상이 나타난다”면서 “엎드린 자세로 종아리를 누를 때 발목이 내려가지 않는다면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의현 병원장은 이어 “아킬레스건의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발목이 비틀릴 정도의 과격한 방향전환이나 운동은 자제하고, 하이힐 등의 높은 신발보다는 쿠션이 있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운동 전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필수다. 스트레칭은 꼭 아킬레스건염 뿐만 아니라 다른 관절에도 좋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아킬레스건염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할 경우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만 만성화되면 보존적 치료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세절개와 다중봉합술을 통해 재파열의 위험을 없앨 수 있다. 아울러 봉합 부위 위에 힘줄을 덧대어주는 Allocover 접합술을 시행해 더 강한 힘줄로 복원도 가능하다. 따라서 만약 발뒤꿈치의 통증이 있거나 발목에 힘이 안들어 간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빠르게 받아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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