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자신이 수도권에서 주류도매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의 볼멘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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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유흥채널에서 주류 수요가 줄어든데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오후 9시 이후 음식점 등에서 배달·포장만 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주류 영업이 중단된 것에 따른 결정이다.
하이트진로는 상반기에도 한 차례 도매사를 지원을 했으며, 이번에는 전국 800여개 거래처를 대상으로 구매대금의 규모 및 상환 예정일 등을 고려해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바로 이 300여 곳에 속한 도매사였다. A씨 역시 지원을 받는 800여곳의 도매사와 마찬가지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지원 소식을 듣고 담당 영업사원에게 연락했지만,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씨는 “이미 하이트진로에 담보까지 잡혀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대금도 계속 연체되고 있다”며 “신용도나 연체율 등이 우수한 도매사만 골라서 지원해주는 게 무슨 상생의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이틀 뒤 오비맥주에서도 주류도매사들과 고통분담 차원에서 동일한 내용의 상생정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비맥주 역시 전국의 모든 거래처에게 분할상환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매대금 규모나 상환 예정일 등을 고려해 대상 거래처를 선정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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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는 매출 급감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희망퇴직자를 받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근속 기간 10년 이상인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강제성 있는 구조조정은 아니지만 코로나 여파로 주력 시장인 유흥채널에서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분할상환을 지원하더라도 어느 정도 대금 회수가 가능한 거래처들을 우선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주류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가운데 제조사에서도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도 “국가적 차원의 포괄적 복지가 아닌 이상 이러한 상생정책은 안타깝지만 회사 내부의 지침에 맞게 시행할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