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점령한 프랜차이즈 식당·카페에 학생들 허리 '휘청'

대학교육연 ‘서울지역 대학 외부업체 입점현황’ 전수 집계
서울소재 53개 대학 평균 8.8곳…상위 10개교 평균 30곳
“임대수입 올리려는 대학 탓…캠퍼스 내 밥·커피 값 상승”
“수익 일부 장학금 등에 쓴다지만 결국 학생부담” 비판도
  • 등록 2018-04-19 오전 6:30:00

    수정 2018-04-19 오전 6:30:00

이화여대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내 퓨전이탈리안 프렌차이즈 식당이 입점해있는 모습. (사진=김소연기자)
[이데일리 신하영·김소연 기자] 이화여대 3학년 정다은(가명·23)씨는 요즘 학교에서 밥 한 끼 먹기가 겁난다. 교내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식사를 하려면 적게 잡아도 4000원~5000원이 든다. 특히 이화여대가 2008년 신축한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 내 식당에서는 한 끼 식사에 8000원~1만원이나 된다.

정 씨는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을 먹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워낙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학교 밖 주먹밥이나 김밥으로 점심을 때울 때가 많다”고 했다.

[이데일리 이서윤 기자]
대학 상업시설 학교 당 9곳 입점

대학 내프랜차이즈 식당, 카페, 빵집 등 상업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캠퍼스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17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로부터 받은 ‘서울지역 대학 외부업체 입점 현황’에 따르면 53개 대학에 입점한 상업시설은 465곳으로 평균 8.8곳에 달한다. 특히 상위 10개교의 경우 상업시설이 300곳으로 대학 당 평균 30곳에 달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60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 42곳 △한양대 40곳 △고려대 31곳 △경희대 27곳 △서강대 25곳 △이화여대 23곳 △홍익대 19곳 △중앙대 18곳 △세종대 15곳 순이다.

대학 내 상업시설이 늘고 있는 이유는 임대료 수입을 올리려는 대학들 탓이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이 임대 사업을 통해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대학들은 임대수입의 일부를 학생들에게 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대학 내 상업시설에서 벌어들인 임대수입은 학생들의 교육비로 환원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학이 임대수입의 일부를 교육비로 환원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학생 부담은 늘어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에 임대료를 내고 입주한 업자들은 이익을 남겨야 하기에 캠퍼스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학생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낸 돈으로 임대수익을 얻고 학생은 등록금에 더해 비싼 이용료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캠퍼스 물가 상승, 결국은 학생 부담”

학내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불만도 크다. 정다연씨는 “학교가 상업시설 입점을 결정하면서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영환(가명·25) 씨도 “대학원 다니면서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어려워 틈틈이 알바를 하고 있다”며 “교내에 입점한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려면 4000원 이상을 내야 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 내 생활협동조합(생협)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협은 대학 교직원과 학생이 출자·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생협이 학내 식당·매점·서점 등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얻은 잉여 수익 대부분은 학생 복지를 위해 재투자된다. 생협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후생복지시설을 자발적 참여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1990년 조선대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전국 34개 대학에서 생협이 운영 중이다.

하지만 대학 내 상업시설이 확산하면서 반대로 대학 생협의 매출은 하락하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생협에 임대료와 보증금을 부과하는 등 오히려 생협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줄어 생협 조합원 가입률은 반토막 났다. 한국대학생협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생협 조합원 가입률은 2004년 33.8%에서 지난해 15.3%로 하락했다.

“학생 조합원 참여…생협 확대가 대안”

정선교 생협연합회 교육팀장은 “학생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대학 생협에서는 후생복지시설의 가격 결정 과정에도 학생 참여가 가능하다”며 “대학 생협을 활성화하는 것이 학생 복지 입장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2015년)·충남대(2018년) 등에서 학생들에게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생협 덕분이다. 김영환 씨는 “커피를 한 잔 마셔도 생협 운영 카페에서 마신다”며 “외부업체가 운영하는 커피의 절반가격이라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생협연합회 이사장은 “대학 생협이 식당·매점 등을 통해 얻은 수익 중 남는 부분은 모두 학생·교직원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쓰인다”고 말했다.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대학이 이익을 적게 남길지라도 학생 복지를 고려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생협을 통해 후생복지시설을 운영할 경우 이익금이 학생복지로 재투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소재 대학 상업시설 입점 현황(자료: 대학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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