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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씨는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점심을 먹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워낙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학교 밖 주먹밥이나 김밥으로 점심을 때울 때가 많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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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프랜차이즈 식당, 카페, 빵집 등 상업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캠퍼스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가 17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로부터 받은 ‘서울지역 대학 외부업체 입점 현황’에 따르면 53개 대학에 입점한 상업시설은 465곳으로 평균 8.8곳에 달한다. 특히 상위 10개교의 경우 상업시설이 300곳으로 대학 당 평균 30곳에 달했다.
대학별로는 서울대가 60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세대 42곳 △한양대 40곳 △고려대 31곳 △경희대 27곳 △서강대 25곳 △이화여대 23곳 △홍익대 19곳 △중앙대 18곳 △세종대 15곳 순이다.
대학 내 상업시설이 늘고 있는 이유는 임대료 수입을 올리려는 대학들 탓이다. 지난 10년간 정부의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들이 임대 사업을 통해 돈벌이에 나선 것이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에 임대료를 내고 입주한 업자들은 이익을 남겨야 하기에 캠퍼스 물가는 오를 수밖에 없고 이는 학생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대학은 학생들이 낸 돈으로 임대수익을 얻고 학생은 등록금에 더해 비싼 이용료까지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캠퍼스 물가 상승, 결국은 학생 부담”
학내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불만도 크다. 정다연씨는 “학교가 상업시설 입점을 결정하면서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재학 중인 김영환(가명·25) 씨도 “대학원 다니면서 부모님께 손 벌리기가 어려워 틈틈이 알바를 하고 있다”며 “교내에 입점한 카페에서 커피라도 한 잔 마시려면 4000원 이상을 내야 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학 내 생활협동조합(생협)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협은 대학 교직원과 학생이 출자·운영하는 비영리법인이다. 생협이 학내 식당·매점·서점 등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얻은 잉여 수익 대부분은 학생 복지를 위해 재투자된다. 생협은 대학교육에 필요한 후생복지시설을 자발적 참여로 해결하자는 취지로 1990년 조선대에서 시작됐다. 지금은 전국 34개 대학에서 생협이 운영 중이다.
“학생 조합원 참여…생협 확대가 대안”
정선교 생협연합회 교육팀장은 “학생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대학 생협에서는 후생복지시설의 가격 결정 과정에도 학생 참여가 가능하다”며 “대학 생협을 활성화하는 것이 학생 복지 입장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대(2015년)·충남대(2018년) 등에서 학생들에게 1000원짜리 아침식사를 제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생협 덕분이다. 김영환 씨는 “커피를 한 잔 마셔도 생협 운영 카페에서 마신다”며 “외부업체가 운영하는 커피의 절반가격이라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김진아 생협연합회 이사장은 “대학 생협이 식당·매점 등을 통해 얻은 수익 중 남는 부분은 모두 학생·교직원의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쓰인다”고 말했다.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대학이 이익을 적게 남길지라도 학생 복지를 고려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생협을 통해 후생복지시설을 운영할 경우 이익금이 학생복지로 재투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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