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킹맘]교육부 “돌봄교실 확충” Vs 학교 “예산·공간 부족”

2016년 1만1920실에서 작년 1만1980실로 60실 증가 그쳐
교육부, 작년 1월 시도 수요 반영해 200실 증축하겠다 발표
학교는 학령인구 감소 및 인건비 등 예산부족 이유로 난색
"학교돌봄 확대 학생 안전보장하고 사교육 부담도 줄여"
  • 등록 2018-03-13 오전 6:30:00

    수정 2018-03-13 오전 7:41:22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세종시 세종연양초등학교를 찾아 초등돌봄교실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서울 마포구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 이모씨(42)는 학교 돌봄교실 추첨에서 떨어진 뒤 ‘멘붕’에 빠졌다. 1학년부터 우선 접수를 받다보니 맞벌이부부인데도 탈락한 것. 이씨는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몇일 동안 한두시간씩 일찍 퇴근해 아이를 맡길 학원을 알아봐야 했다.

돌봄교실은 방과 후부터 부모들이 귀가할 때까지 학교에서 초등학교 1~2학년생을 돌봐주는 제도다.

돌봄교실은 일반 교실과 달리 아이들이 편히 누워 쉴 수 있는 바닥과 간식 제공을 위한 간이 주방이 갖춰져 있고 방과후 돌봄교실 전담사가 아이들의 교육과 보육 등을 담당한다.

월 3만~4만원 꼴인 간식비만 부담하면 안전한 학교에서 퇴근 시간대까지 아이들을 돌봐줘 맞벌이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한정된 재원과 예산 탓에 돌봄 교실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을 제한하는 곳이 많아 원성을 사고 있다.

올해도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새학기 전에 돌봄 교실 추첨제를 실시하거나 선착순으로 돌봄교실 인원을 뽑았다. 예산증액 등 돌봄교실 확대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돌봄교실 확충” VS 학교는 “예산·공간 부족”

초등학생 하교 후 돌봄공백은 결국 기혼 직장 여성의 경력단절로 연결된다. 정부 또한 저출산 정책의 일환으로 돌봄교실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2017년 초등돌봄교실 운영 방안’을 제시하면서 각 시·도의 수요를 반영해 약 200개의 돌봄교실을 증축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현재 1~2학년 중심으로 운영하는 돌봄교실을 3~4학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그러나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돌봄교실 전담사 인건비 등 예산 부족·공간 부족 등을 이유로 돌봄교실 추가 개설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정책과 현실이 괴리한 대표적 탁상행정이다.

2016년 전국 돌봄교실은 5998교 1만1920실에서 2017년 6054개교 1만1980실로 1년 사이 돌봄교실은 60실 증가했다. 돌봄교실 수용 인원 역시 2016년 23만 8480명에서 2017년은 24만 5303명으로 약 6800명을 추가로 수용하는 데 그쳤다.

올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워킹맘 김모씨(39)는 돌봄교실 정원제한 탓에 아이를 맡기지 못했다. 정원 20명에 32명이 지원했고 학교는 선착순으로 접수를 받았다. 김씨는 “접수시간이 오후 2시였다. 회사일을 대충 끝내고 달려갔다는데도 꼴찌였다”며 씁쓸해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초등 돌봄교실 확충에 대한 요구와 높은 정책 만족도는 알고 있다”면서도 “지역에 따라 돌봄교실로 활용 가능한 빈 교실이 없는 경우도 있고, 돌봄교실 전담사 채용으로 인한 예산 부족 등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경단녀 해법은 ‘돌봄서비스’ 확대

육아 선진국들은 아동의 생애주기별 보육·교육시스템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 확대는 전 세계적 추세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비교법적 검토와 해결방안 보고서’(성중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스웨덴의 취학 전 아동은 국공립 보육소나 가정형 보육소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고 취학 아동의 경우 여가개발 센터·가정형 보육소에서 돌봄을 받고 있다. 지방정부 약 90%가 보육소 입소 희망자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프랑스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인구 및 가족정책고등위원회’를 구성해 육아문제를 가정이 아닌 사회차원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프랑스는 가정보육사를 제도화하면서 가정에 파견되는 보육사 양성, 보육사 이용가정 보조금 지급 등을 추진하고 있다.

성 교수는 “일·가정양립이 저출산 해법 중 가장 중요하다”며 “해외 사례 중에서 국내에 도입하려면 사실 못할 제도는 없고 그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는 에듀케어(Education+Care)라고 불리는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경력단절 여성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방법 중 하나가 ‘돌봄서비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워킹맘이 마음 편히 아이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교육과 보육으로 이원화된 상황에서 부처 간 이기주의를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장은 “부모 입장에서 학교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며 “학부모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학원 3~4개씩 보내면서 사교육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이동 간 교통사고 등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교육과 보육이 나누어져 있는데 정부 부처 간 협업을 통해 국가 보육 시스템을 중장기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2017년 돌봄교실 현황(2017.4.30 기준) (자료=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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