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상임위원회 명칭 등을 변경하는 내용이 담긴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도 처리된 가운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존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로 바뀐 안내판이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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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한국의 개명(改名) 인구는 지난 2005년 당시만 해도 7만명에 불과했다. 절차 간소화 이후 개명 신청자는 지난해 15만명으로 증가했다. 이름이 운명을 바꿔준다는 믿음 때문일까. 작명소 골목까지 있는 한국인의 이름 사랑은 유별난 편이다.
이름을 중요시하는 민족이라는 것은 부처명·당명에도 잘 나타난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1998년 내무부·총무처가 행정자치부로 개편된 이래 근 4년간 간판만 3번 바꿨다. “‘안전’이 먼저네, ‘행정’이 먼저네”하며 날린 돈만 해도 수십억원은 될 터. 정치권은 그간 당명 변천이 너무 심해 기억하기도 힘들 정도다. 민주당·공화당, 재무부·국무부 등 깔끔하고 오랜 전통의 명칭을 유지하는 미국이 이런면에선 부럽기도 하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유일하게 신설한 부처다. 이름을 사랑하는 민족답게 중소벤처기업부는 탄생 전부터 작명(作名)논쟁에 휩싸였다. “‘벤처’가 영어라서 안되네’”, “소상공인을 위해선 ‘창업’이 들어가야하네” 식이다.
최근 중기부는 직제 시행규칙을 관보에 게재하며 그 영문명을 발표했다. ‘Ministry of SMEs and Startups’, 한글로는 ‘벤처’지만 영어로는 ‘스타트업’으로 번역했다. 하지만 정작 스타트업 종사자들은 이를 두고 물음표를 던진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벤처와 스타트업의 개념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중기부에 따르면 미국인에게 벤처란 단어는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거대기업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당초 취지와 다르게 인식될 수도 있다고 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해외 전문가, 외국인 투표, 국어심의위원회까지 거쳐서 나온 결과”라고 말했다.
당사자에게는 이름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입장에서는 ‘대국민·기업 서비스’가 중요할 뿐이다. 단순하게 ‘중소기업부’라고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 사리사리센타 워리워리 세브리깡…’이 장수했던 건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