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원 달러 환율이 1200원대에 진입하면서 수출 전선에 모처럼 찾아든 활력이 한 달여 만에 막을 내렸다. 게다가 미·중 통상마찰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 기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환율 가파른 하락세…車업계 전전긍긍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1.3원 내린 1146.8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저치이며 지난해 11월 8일 종가 기준 1137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트럼프 미 대통령 등이 노골적으로 달러 약세를 선호하는 듯한 시그널을 보내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환율 하락은 국외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낮춰 수출에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우리나라 대표적인 수출산업인 자동차업계는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업계 매출이 42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수출하는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LG디스플레이(034220) 등도 수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전 분기 대비 약 3000억원의 환율 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SK하이닉스는 매출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 10원당 1500억원 정도의 매출 변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헷징(Hedging)을 통해 급격한 환율 변화의 영향을 최소화했지만 달러화 영향력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수익성과 관련된 만큼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中 통상마찰까지…부품업계는 이중고
전자 부품업체들은 환율 하락에 미-중간 통상마찰이라는 이중고에 ‘속앓이’ 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관세폭탄을 부과한 데 이어, 대형세탁기에 대해서도 최대 52%의 반덤핑 관세 조치를 부과되는 등 중국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과 통상마찰을 빚는다면 완성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 납품 단가를 후려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혹은 북미 생산 설비를 갖춘 회사로 거래선을 바꿀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 중국이 미국과 통상 마찰을 빚는 순간 우리 수출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무대책의 부품업계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통상마찰이 현실로 나타나면 우리나라 중간재 수출에 영향을 받게 된다”라며 “우리나라의 대중국 중간재수출 비중이 73.4%로 높은 편이라 미중 양국 갈등으로 중간재 수출 둔화 등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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