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판사·서울대 법대·50대 男 공식 철옹성

감재형 서울대 로스쿨 교수, 후임 대법관 후보로 최종 결정
서울대 50대 남성에 판사 경력 선호…"다양한 인재 등용 안 돼"
대법관 구성 다양화 이루려면 선정 절차 손질 필요
  • 등록 2016-07-25 오전 6:30:00

    수정 2016-07-25 오전 9:05:59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대법원에서 이인복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를 선정하기 위해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13명의 현자. 우리 사회 갈등 해결의 마지막 보루인 대법원의 모든 것은 대법관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13명의 현자 중 9명이 판사·서울대 법대 출신의 50대 남성이라는 동질성을 가진다. 대법원이 최고 법원으로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대법원은 이번 신임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폐쇄성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김재형(51)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를 최종 후보로 발탁했다. 현직 판사 출신을 배제함으로써 대법관 다양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구색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인선 역시 ‘판사·서울대 법대·50대 남성’이라는 기존 인선 패턴을 사실상 답습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대법관추천위원회를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임 대법관, 이번에도 서울대 법대· 50대 ‘전직’ 판사 남성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2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인복(60) 대법관 후임으로 김재형(51) 교수를 선정했다. 역대 대법관 가운데 교수 출신 대법관은 양창수(64) 전 대법관뿐이다. 김 교수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양 전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 대학교수 출신 대법관이 된다.

양 대법원장도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특히 염두에 두고 후보군을 골랐다”라며 “대법관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은 물론 도덕성과 청렴성까지 두루 겸비한 김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대법관 다양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물인지는 의문이다. 김 교수는 ‘판사·서울대 법대·50대 남성’이란 대법관 발탁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인물이 아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21세 때인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 합격, 법조계에 발을 디딘 후 1995년 서울대 교수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9년간 서울지방법원에서 판사로 일했다. 30세이던 1995년 8월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우며 서울대 법대 강단에 섰다. 판사 재직 중 교수로 임용된 것은 양 전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로, 김 교수는 판사→서울대 법대 교수→대법관이라는 최초의 교수 출신인 양 전 대법관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걸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김 교수를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해서 대법원 구성 다양화를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판사 출신 말고도 순수한 재야 출신 변호사가 배제돼 완전한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반복되는 대법관 획일화 현상…추천위 개선이 시급

역대 대법관은 서울대 출신의 현직 판사 출신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작성한 ‘역대 대법관 구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48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임한 대법관 142명 가운데 학부기준 서울대 출신은 71.8%(102명)이다. 직업별로는 판사 출신이 87.3%(124명)나 된다.

대법관은 변호사 자격을 갖춘 법조인이 20년 이상 법조계에 몸담았다면 누구나 추천 대상이 된다. 주로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대학교수 등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을 받는다.

그러나 역대 대법관 중 검찰 출신은 11명이고 변호사는 4명, 대학교수는 양 전 대법관 한 명뿐이었다. 대법원 68년 역사 속에 여성 대법관은 4명뿐이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원인은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대법원장 영향력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추천위 위원 10명 가운데 3명은 대법관과 법원행정처장, 대법관을 제외한 판사로 모두 현직 판사다. 대법원장이 변호사가 아닌 위원 3명을 위촉한다. 추천위 과반수인 6명이 대법원장의 의중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대법관 추천위가 대법원장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장이 추천위원 중 3명 선정하도록 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추천위원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나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인물을 추천위원으로 선발하는 방법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 출신 대법관을 일정 비율로 정해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변은 현재 임명직인 대법관을 선출직으로 바꾸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이 밖에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대법관을 임명하거나 국회가 대법관을 선출하는 미국식 방식도 대법관 선출방식도 거론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천위가 심사에 오른 후보 가운데 대법원장이 선호하는 후보를 고르는 등 대법원장 의중만 살피기 급급하다”라며 “대법관 순혈주의를 끊어내려면 선발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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