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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이번 신임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다시 한 번 폐쇄성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김재형(51)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를 최종 후보로 발탁했다. 현직 판사 출신을 배제함으로써 대법관 다양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구색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번 인선 역시 ‘판사·서울대 법대·50대 남성’이라는 기존 인선 패턴을 사실상 답습했다. 법조계에서는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대법관추천위원회를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임 대법관, 이번에도 서울대 법대· 50대 ‘전직’ 판사 남성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21일 임기 만료를 앞둔 이인복(60) 대법관 후임으로 김재형(51) 교수를 선정했다. 역대 대법관 가운데 교수 출신 대법관은 양창수(64) 전 대법관뿐이다. 김 교수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양 전 대법관에 이어 두 번째 대학교수 출신 대법관이 된다.
양 대법원장도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특히 염두에 두고 후보군을 골랐다”라며 “대법관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질은 물론 도덕성과 청렴성까지 두루 겸비한 김 교수를 임명 제청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대법관 다양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물인지는 의문이다. 김 교수는 ‘판사·서울대 법대·50대 남성’이란 대법관 발탁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인물이 아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김 교수를 대법관으로 임명 제청했다고 해서 대법원 구성 다양화를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판사 출신 말고도 순수한 재야 출신 변호사가 배제돼 완전한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라고 말했다.
역대 대법관은 서울대 출신의 현직 판사 출신이 독식하다시피 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작성한 ‘역대 대법관 구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1948년부터 지난해까지 재임한 대법관 142명 가운데 학부기준 서울대 출신은 71.8%(102명)이다. 직업별로는 판사 출신이 87.3%(124명)나 된다.
대법관은 변호사 자격을 갖춘 법조인이 20년 이상 법조계에 몸담았다면 누구나 추천 대상이 된다. 주로 판사와 검사, 변호사와 대학교수 등이 대법관 후보로 추천을 받는다.
그러나 역대 대법관 중 검찰 출신은 11명이고 변호사는 4명, 대학교수는 양 전 대법관 한 명뿐이었다. 대법원 68년 역사 속에 여성 대법관은 4명뿐이다.
대법관 추천위가 대법원장 영향력에서 벗어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법원장이 추천위원 중 3명 선정하도록 한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추천위원을 다양하게 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나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인물을 추천위원으로 선발하는 방법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판사와 검사, 변호사 출신 대법관을 일정 비율로 정해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변은 현재 임명직인 대법관을 선출직으로 바꾸는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이 밖에 대통령이 국회 동의를 얻어 대법관을 임명하거나 국회가 대법관을 선출하는 미국식 방식도 대법관 선출방식도 거론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추천위가 심사에 오른 후보 가운데 대법원장이 선호하는 후보를 고르는 등 대법원장 의중만 살피기 급급하다”라며 “대법관 순혈주의를 끊어내려면 선발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