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IPO시장의 ‘빅 딜’로 주목받았던 현대오일뱅크가 결국 시장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지난 4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 이달 말 적격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한국거래소에 철회신청서를 제출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둔화 여파 등으로 정유화학업황 부진과 증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제 값 받고 상장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치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유사기업 SK이노베이션과 S-oil, GS 등의 주가와 실적은 이미 작년에 비해 크게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상장의 ‘키’를 쥔 최대주주 현대중공업은 자회사의 상장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까지 기업들이 기업공개(IPO) 통해 조달한 자금은 2032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991억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건수도 21건에서 8건으로 급감했다. 현대오일뱅크 처럼 상장을 준비중인 기업들이 불안한 시장상황 앞에 몸을 바짝 움츠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던 상당수 기업들이 아직 구체적인 상장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표이사가 교체되면서 일정을 철회했던 ABC마트코리아는 올해 상장도 미지수다. 일본 ABC마트 지분 일부가 공모 대상이 되면서 공모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어서다.
‘몸값 디스카운트’를 무릅쓰고 상장을 강행하더라도 상장예비심사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특히 코스닥기업의 경우 경기 둔화에 따른 업황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심사 과정이 더 까다로워졌다는 평가다. 올해 5월말까지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심사를 진행한 기업 18곳 중 12곳만 상장 적격 판정을 받았다. 상장심사 통과율은 62% 정도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동안 심사통과율은 85%에 달했다.
한국거래소 상장심사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예비심사청구 기업이 상당히 줄어든 편”이라면서 “올 상반기 결산 이후 상장심사를 청구하겠다는 기업이 40여개 정도로 하반기에 대거 밀집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으로서는 연내 상장이 기대대로 될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