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73.8% "한국사회 불공정"…마이클 샌델 사회정의 인식조사

  • 등록 2012-06-01 오전 8:42:00

    수정 2012-06-01 오전 8:42:00

[서울=뉴시스] 한국인 10명중 7명은 한국사회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한국인의 사회정의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아산정책연구원과 샌델 교수가 공동으로 사회정의인식 조사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실시했다. 한국인과 미국인이 공정성, 사회정의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을 비교·분석하기 위해서다.

한국과 미국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정의와 공정성에 대한 태도를 경험적으로 비교·분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 부의 재분배, 낙태, 대리모, 기여입학제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일반적인 설문과 달리 샌델 교수의 저서에 포함돼 있는 다양한 예시를 이용해 설문문항을 구성했다. 샌델 교수가 제기한 철학적 질문에 대한 한국인과 미국인의 인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게 됐다.

31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한미 국민들의 생각은 미국인 62.3%는 미국사회를 공정하다고 인식했다. 반면 한국인 73.8%는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여겼다.

부유한 사업가와 가난한 농부사이의 부동산 관련 재판을 예시로 든 공정성 평가에서는 한국인은 15.6%, 미국인은 19.8%가 공정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업가가 유리할 것이란 의견(한국인 76.5%·미국인 77.3%)이 지배적이었다.

현대사회에 팽배해 있는 물질만능주의 풍조에 대해서는 한미 국민들 모두 우려(한국인 90.8%·미국인 85.3%)했다.

한미 국민들은 시장내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미국인 51.9%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국인 72.2%는 정부의 시장경제 개입이 불가피하고 했다.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는 '부자세'에 대해서는 한국인 71.8%, 미국인 65%가 찬성했다. 사회정의 실현을 위해 사회적 약자를 우대하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한국인 92.7%가 동의했다. 미국인은 56.4%만이 동의했다.

공익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 63.7%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본 반면 미국인은 42.9%만이 찬성했다.

시장원리에 의해 거래돼야 할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인식은 한국인과 미국인이 달랐다.

헌혈에 대해 금전적 보상을 하거나 대리모를 고용해도 된다는 의견에 대해 다수의 미국인은 동의(헌혈 87.3%·대리모 63.1%)하는 편이었다.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놀이공원에서 줄서기 윤리(한국인 82%·미국인 57%)를 지켜야 하고 출퇴근 시간에 버스 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없다(한국인 74.1%·미국인 64.6%)고 답했다.

아산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인이 한국인에 비해 사회정의에 대해 신뢰가 더 높다"며 "한국인들은 개인의 자유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조사는 한국의 경우 밀워드브라운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25일 휴대전화를 활용해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14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2.9%p다.

미국은 Knowledge Networks가 지난달 15~22일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구간에 ±3.1%p이다.

한편 샌델 교수는 6월1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특별 강연을 한다. 이번 강연에서 지난달 24일 국내와 미국·영국 등에서 동시 출간된 신간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주제로 국내 독자들과 함께 토론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2010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독자 4500여명과 함께 직접 묻고 답하는 특유의 토론 방식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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