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화두로 꺼내더니, 공화당과 대타협, 윌리엄 데일리 비서실장 임명, 규제 완화 촉구, 제프리 이멜트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포석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새해 첫 국정연설에서 지금 위기를 `스푸트니크 모멘텀`으로 삼아 `미래의 승리`를 끌어내자고 했다.
◇ 4차례의 대표적 스푸트니크 모멘트
원조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이다. 1957년 10월 소련이 무인 우주선 `스푸트니크`를 우주궤도에 쏠아올린 것이 계기다.
케네디 대통령은 과학, 교육 투자로 대응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만들고, 과학자를 국가 교육 책임자로 올리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미국의 과학교육은 이때 현대적인 틀이 잡혔고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됐다.
1961년5월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연설에서 10년 안에 달나라에 인간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처음 `스푸트니크 모멘트`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1969년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 케네디 대통령의 다짐을 실현했다.
소련과 냉전의 시작, 핵개발 경쟁, 이어서 인공위성까지. 미 본토 침략의 위기감이 모멘텀으로 이어졌다.
◇ 중동 오일쇼크도 모멘트 제공...중동 독재국가와 결탁도 1973년 오일쇼크가 미국에 또다른 스푸트니크 모멘트가 됐다. 제 4차 중동전쟁이 석유전쟁으로 이어진 것이다.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미국 등 서방선진국에 원유수출을 봉쇄하면서 배럴당 2~3달러이던 중동산 원유가 1년 만에 12~13달러까지 4배 가량 폭등했다.
자동차, 철강, 화학 등 중화학 중심의 미국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일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화석연료 대신 대체연료를 찾는 계기로 활성화하지 못했다.
최근 중동의 정정 불안은 이때 틀을 잡은 중동 외교정책과 무관치 않다.
◇세 번째 모멘트는 일본 침공…30년뒤 `일본은 없다`? FT는 그 다음으로 1970년대에서 80년대로 이어지는 일본의 침략을 꼽았다.
특히 소니의 `워크맨`으로 시작된 `재팬 인베이젼(일본의 침공)`은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IT 산업에 충격을 주었고, 이어 80년대에는 도요타가 바통을 넘겨받아 미 경제의 자존심 `자동차 산업`을 무너뜨렸다.
미국은 이 때의 위기감을 국가 차원에서 대항했다. 외교적 압박은 물론, 국내 산업보호, 카르텔 지원, 자율수출규제, 엔화 평가절상 강요 등의 조치로 일본의 침공을 힘겹게 막아냈다. 경쟁력이 뒤지는 제조업을 지원하는 한편, 금융과 서비스업의 규제를 크게 완화, 앞으로 올 지식정보시대의 경쟁력 기반을 닦았다.
30년이 흐른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일본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위협은 고사하고 배울 것도 없다는 단정이다.
◇ `차이나 쇼크` 모멘트, 금융위기 후 돈이 바닥났다! 마지막은 현재 금융위기 이후 맞은 상황이다.
FT는 이머징 국가의 국부펀드가 끼어든 것은, 경제적 파워의 대이동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머징국가가 아닌, `차이나 쇼크`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미국이 과거처럼 이번에도 스푸트니크 모멘트를 제대로 활용할 만큼 저력이 충분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이후 논란도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재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데 따른 것이다. 당장 적자에 허덕이는데 증세는 언급 없이 대대적 투자 방향만 제시했던 것이다.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FT 기고에서 "국민 대부분이 재정이 넉넉하다고 느낄 때 달 착륙 경쟁 같은 과제에 착수하자는 것과 경제불안이 만연한 상황에서 그런 과제를 하자는 것은 다르다"고 비판했다.
경제적 인센티브가 충분한 지도 의문이다. 1950년대는 소련과의 체제 경쟁이 뚜렷이 국민의 가슴을 사로잡았다. 경제적으로도 미국은 이미 세계 최대 채권국에 올라섰고 과학과 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로 기업들이 서방시장을 마음껏 공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투자 우선순위를 결정하기도 어렵고, 투자 회수 가능성도 분명하지 않다.
카네기재단의 데이비드 버웰 에너지기후프로그램 책임자는 인프라 투자 선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문제는 어떻게 투자를 회수해야할 지, 그리고, 이런 투자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신뢰를 어떻게 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재원으로 하게 될 과학, 교육 등의 투자가 대기업이 아닌, 미국 경제 전체에서 얻는 효과가 크지 않다면 `경쟁력을 키우자`는 명분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비금융 대기업들이 2조 달러의 현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실업률은 9%를 넘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이익이 국가의 이익과 연속선상에 있지 않음을 대통령이 잊지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공공부분 지출의 효율성은 세계 68위에 불과하다고 WEF(세계경제포럼)이 평가했다. 수조 달러가 필요한 공공 투자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돼 실제 투자효과도 반감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