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를 맡은 학생은 눈물을 흘렸다. 다른 반과의 축구 경기는 치열했다. 전후반 2:2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했다.
울먹이는 키퍼를 본 같은 반 친구들이 골대로 달려왔다. 끌어안고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줬다. 이겼다는 사실에 방방 뛰며 좋아하던 다른 반 학생들도 이를 보고 달려왔다. 순식간에 20여 명의 학생들이 키퍼 주변을 감쌌다.
“너처럼 잘하는 키퍼는 진짜 처음 봤어.”
“네가 울면 더 못한 나는 뭐가 되냐.”
지켜보던 선생님은 ‘괜찮다’면서도 학생들의 순간을 지켜주기 위해 다가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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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시켜서 억지로 축구를 하겠지,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선생님은 대진표를 짜고 심판을 볼 뿐이다. 경기는 학생들이 주도한다. 선수로 뛰지 않는 학생들은 벤치에 앉지 않고 터치라인에 바짝 붙어 목이 터져라 응원한다. 팀이 수세에 몰리자 답답해서 소리를 지르는 학생도 있었다. “야! 몰려 있지 말고 멀리 걷어 차라고!”
대부분 학생들은 축구가 처음이다. 기자가 방문한 지난 25일 한 골을 넣은 정예진 학생도 “전에는 축구를 해본 적이 없다”며 “막상 해보니까 되게 재밌고 계속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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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권장 운동량을 채우지 못한 우리나라 여학생의 비율은 97.2%다. 조사 대상 146개국 중 가장 높았다. 가뜩이나 부족한 운동량은 코로나를 맞으며 악화됐다. 학교 수업은 비대면으로 전환됐고 체육 시간은 땀을 흘리고 몸을 부딪치는 활동보다 이론 수업으로 채워졌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1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 3일 이상 고강도 운동을 했다고 답한 중고등학생은 남학생이 40.8%였는데 여학생은 18.4% 밖에 되지 않았다. 자칫 여학생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수치다.
덕성여고에서 여신 사업을 운영 중인 김현우 체육교사의 생각은 다르다. “여학생들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음껏 해볼 기회가 없었던 것”이라며 “일단 한 번 가르쳐주면 남학생 못지않게 운동장을 질주한다”며 웃었다.
김 교사는 여학교가 여학생 체육 활성화에 중요하단 생각이다. 남녀공학의 점심시간 운동장은 남학생들이 많다. 여학생 몇 명이 체육을 하고 싶어도 선뜻 나서기 어렵다. 외모에 민감한 시기라 공을 잘못 차서 우스꽝스럽게 보일까 걱정도 한다. 반면 “여학교는 거리낌 없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다”며 “반 대항 경기를 넘어 여학교 간의 경기를 한다면 체력 증진은 물론이고 소중한 추억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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