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전 장관 구속영장 '기각'...'월성 원전' 수사 동력 약화 불가피

法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혐의 소명 부족"
채희봉 등 靑 겨냥 수사 차질 불가피할 듯
  • 등록 2021-02-09 오전 1:07:42

    수정 2021-02-09 오전 1:14:02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법원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핵심 인물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여권 등으로부터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진 동시에 청와대를 비롯한 윗선 수사의 동력 약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사진=연합뉴스, 한국가스공사)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오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한 사실과 그로 인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사실이 모두 증명돼야 한다”면서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혐의에 대해 다툼 여지가 있어 피의자에게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부장판사는 “이미 주요 참고인이 구속된 상태이고, 관계자들의 진술이 확보된 상태기 때문에 피의자에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구속영장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오 부장판사는 전날(8일) 오후 2시 30분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었고, 오후 8시 50분 종료했다.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지난달 25일 백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한 뒤, 지난 4일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백 전 장관이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위해 산업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본다. 백 전 장관은 월성 1호기의 ‘한시적 가동 필요성’을 보고한 산업부 공무원들을 질책하고, ‘원전 조기 폐쇄 및 즉시 가동 중단’이라는 취지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백 전 장관은 이 같은 직권남용 행위를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의 정당한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받는다. 앞서 감사원도 월성 원전 의혹을 감사하면서 이 같은 취지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법원이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청와대 등 윗선을 향한 검찰 수사는 큰 차질을 빚게 됐다. 백 전 장관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이 낮다’는 취지의 보고서가 나왔을 당시 주무 부처 장관으로, 해당 평가 과정에서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입증할 핵심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월선 원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계획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더해 검찰은 ‘무리한 수사로 정권을 흔들었다’는 정부·여당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백 전 장관에 구속영장 발부에 문제가 없다고 봤던 검찰은 월성 원전 조기 폐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의 소환 조사에 이어 청와대 압수수색까지 염두에 뒀다. 검찰은 백 전 장관 영장 기각에도 채 전 비서관 등 월성 원전 의혹 사건 관계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계속 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사 동력 약화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백 전 장관은 모든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앞서 검찰 조사 당시 백 전 장관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는데,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법정에 들어서기 전 취재진 앞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장관 재임 시절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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