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과정에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과 재무적투자자(FI) 임원들이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사정당국이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부풀려 평가해 회계법인의 가격산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사정당국의 수사 결과는 현재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상정된 중재 재판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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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법조계와 금융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 9부는 전날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관계자 3명을 기소했다. 안진회계법인에 공정시장가격 산출을 의뢰한 FI 관계자 2명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교보생명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한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FI가 풋옵션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안진회계법인이 공정시장가치(FMV) 평가기준일을 FI에 유리하게 산정했다고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2012년 9월 어피니티 컨소시엄과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간협약(SHA)을 체결한 바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지분율 합계 24%)은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 베어링 PE, IMM PE등의 사모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시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 등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주당 24만5000원)를 총 1조2054억원에 사들이면서 2015년 9월까지 IPO에 나서는 내용을 계약에 포함시켰다.
통상 풋옵션 행사 가격은 풋옵션 행사일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안진은 FI의 풋옵션 행사 시점이 2018년 10월 23일 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 6월 기준 직전 1년의 경쟁사들 주가를 사용해 가격을 계산했다. 해당 시점은 주요 생보사 주가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을 때다.
교보생명 측은 안진회계법인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FI들에게 유리하도록 고의적으로 높게 산출했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고발했다.
어피니티 “가치평가 적법하다...재판에서 소명할 것”
보험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검찰의 안진회계법인 기소가 교보생명 풋옵션과 관련한 ICC 재판 결과에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창재 회장 측은 안진회계법인 자료로 신청한 풋옵션 산정 금액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특히 이번 검찰의 안진회계법인 기소 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어피너티 컨소시엄도 이날 입장을 내고 ‘가치평가는 적법하고 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신 회장 측이 오히려 주주간 계약을 위반하고 교보생명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에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어피너티는 “이번에 기소된 개인들은 오랜 기간 숙련되고 인정받은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로서, 관련 가치평가가 적법하고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컨소시엄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재 재판의 핵심은 ‘주주간의 투자와 그에 대한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측의 약속 미이행’으로, 풋옵션 행사 시 가격산정의 적정성은 국제 중재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며, 이번 기소 건은 가격산정 적정성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어피너티는 “신창재 회장 측의 사기죄 이외에도 업무상 배임, 무고,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협박 등 혐의에 대해 검찰에서 상세히 소명할 것”이라며 “이번 기소 건에 관해 컨소시엄은 향후 진행될 법원 재판 절차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