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자영업]"폐업할 돈도 없다"…퇴로마저 막힌 벼랑끝 자영업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됐던 작년 4분기 폐업 감소
폐업하려면 권리금 포기·철거비용·대출 상환해야
직원 내보내고 버터기..`나홀로 사장`, 1년전보다 13만명 늘어
  • 등록 2021-01-11 오전 5:00:00

    수정 2021-01-11 오전 8:40:37

국내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두 달 가까이 지속 중인 가운데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서울시 강서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해온 김모씨는 결국 가게 문을 닫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영업제한으로 지난해 문을 연 날이 드물다. 최근 몇 달은 아예 손님을 받지 못한 탓에 월세를 못내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마저 야금야금 까먹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문제는 폐업을 하려고 해도 돈이 든다는 점이다. 건물주는 남은 계약기간 동안 월세 납부와 인테리어 원상복귀를 요구했다. 철거비만 2000만원 넘게 들었다. 개업 당시 비싸게 주고 구입한 노래방 기계는 중고제품이 넘쳐나 철거업자는 돈을 줘야 가져간다고 했다. 김씨는 “망해서 가게문 닫는데도 돈이 들 줄은 몰랐다”며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안 그래도 죽을 맛이었다. 가뜩이나 힘들던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코로나19 피해가 심화하고 있는데도 휴·폐업건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금은 커녕 인테리어 원상복구 등 철거비용이 만만찮은 데다 정부 보증으로 받은 소상공인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등 폐업도 돈이 있어야 가능해서다. 종업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코로나가 끝나면 좋아질 것’이란 희망고문 아래서 나홀로 버티는 사장님들이 늘고 있는 이유다. 반면 구조조정 등으로 직장에서 밀려난 가장들이 생계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개업건수는 오히려 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빚은 자영업의 역설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0일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자체 인·허가를 받은 업종 중 휴·폐업 사업장 수는 2019년 4분기 8만4900개에에서 2020년 1분기 7만900개, 2분기 6만1600개, 3분기 6만800개, 4분기 5만1500개(추계치)로 점차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월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재확산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대폭 강화하면서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았지만 오히려 휴·페업건수는 줄어든 것이다.

폐업비용 부담 등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사장님들이 대폭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종업원 없는’ 나홀로 사장님은 작년 11월말 417만5000명으로 2019년말(404만9000명)에 비해 12만6000명 가량 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업도 늘었다. 지자체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개업건수는 37만 9800건에 달한다. 전년동기(33만3322건)보다 14%나 늘어났다. 자영업자가 증가한 것은 3년 만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채용은 줄고 해고는 늘면서 고용시장에서 이탈한 직장인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자영업에 뛰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 뒤 이듬해 폐업이 급증했던 전례가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속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자영업자들은 생존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수요가 사라진 업종은 구조조정을 통해 자영업자들의 전직이나 재도전을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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