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에 사과" 李·朴 대신 고개숙인 김종인에 당 안팎 엇갈린 반응

  • 등록 2020-12-16 오전 12:30:56

    수정 2020-12-16 오전 12:30:56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직 두 대통령의 구속에 “용서를 구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를두고 정치권에서는 ‘사과를 존중한다’는 의견과 ‘황당한 일’ 등 평가가 엇갈렸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직 대통령 구속 관련 대국민사과와 함께 인적쇄신을 약속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두 분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김종인 위원장님의 사과는 잘하신 일이다. 김 위원장께서 당 전체를 그런 방향에서 잘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면서 “저희들도 역사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며 더 노력하겠다”고 적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두 전직 대통령의 정경유착, 국정농단에 통렬한 사죄를 표명했다”며 “만시지탄이지만 김종인 위원장의 용단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 지사는 “오늘 김종인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국민에게 탄핵당한 과거를 부정하는 세력과의 철저한 단절을 통해 진정한 보수개혁을 이루길 바란다”고 했다.

당 대표의 환영 논평도 나왔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를 존중한다. 오늘의 사과와 쇄신에 대한 각오가 실천으로 이어지길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대체로 사과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일부 친박(친박근혜), 친이(친이명박)계 등을 중심으로 ‘대리 사과’ 라는 평가도 나왔다.

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대부분은 동의하지 않았을 대리 사과”라며 “적어도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동근 최고위원도 “나 홀로 사과, 보궐선거용 사과라는 의심을 벗는 데 필요한 건 미래의 올바른 행동”이라며 “기대는 낮지만 국민의힘 스스로 적폐 청산, 보수 혁신의 길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친박 성향 서병수 의원은 자신의 SNS에 “문재인 정권은 4년을 일관되게 ‘내로남불’인데 왜 우파는 ‘내불남로’로 일관하는가”라며 “그것도 하필 ‘공수처가 설치됐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도 없었을지 모른다’며 문재인 정권이 희희낙락하는 바로 오늘”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저격수’를 자청해온 정청래 의원은 “지나가던 뜨내기가 사과했다”고 평가절하했다. 정 의원은 “엉뚱하게도 지나가던 뜨내기 김 씨가 이 씨, 박씨 것도 다 우리 잘못이라고 사과를 한다면 얼마나 황당한가”라며 “두 전 대통령도 감옥에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황당해할 일”이라고 적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 의원은 자신의 SNS에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사과는 의학적으로는 스톡홀름 신드롬(극한 상황에서 강자의 논리에 약자가 동화되는 현상)이라고 한다”며 “야당은 집단적으로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서 그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착각 하는것 같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번 사과는 대표성도 없고 뜬금 없는 사과”라며 “사과를 하려면 지난 6개월 동안 야당을 2중대 정당으로 만든 것을 사과해야 한다.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 본다”고 적었다.

친이계 좌장으로 꼽혔던 이재오 상임고문은 SNS에 “사과는 김 위원장의 개인적 정치욕망을 위장한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적어도 야당에 몸담은 정치인이라면, 국민통합을 위해 이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석방을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사과 기자회견장을 지키면서 우회적으로 지지 입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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