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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업계에 따르면 닭고기 가공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하림과 체리부로, 마니커는 최근 결산한 상반기 실적에서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처갓집양념치킨을 운영하는 체리부로는 상반기 영업손실 185억원을 기록했는데, 2분기 영업손실(99억원)이 쌓이면서 적자폭을 키웠다. 마니커는 2분기 영업손실(89억원)을 1분기보다 줄였으나 상반기 기준으로 236억원 적자를 유지했다. 하림은 2분기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흑자로 전환했지만, 상반기로 보면 여전히 41억원 적자다.
이는 닭고기 소비량이 증가하는 흐름과 반대된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집계한 결과 지난해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추정치)은 14.8kg이다. 전년(확정치) 14.2kg보다 증가한 것인데 일회성이 아니라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 2010년부터 2017년 한해를 제외하고 연간으로 계속 점증하고 있다.
“팔수록 적자”
개별 숫자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우선 닭고기 소비량은 실제 소비량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소비할 수 있는 양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국내에서 생산(수입 포함)한 닭고기를 인구수로 나눈 게 닭고기 소비량이다. 인구가 그대로인 상황(분모)에서 생산(분자)이 많아지면 숫자는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닭고기 소비량이 늘어난 것은 공급이 증가한 측면이 크다고 업계는 말한다. 2010년대 들어 닭고기가 건강식과 간편식으로 주목받으면서 증가세가 세졌다. 치킨 열풍도 힘을 보탰다. 닭고기 제조업체는 공급량을 늘리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원가에 손을 댔다. 박리다매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졌다. 가금류 가공업체 관계자는 “업체가 저가 공세를 펴기 시작하면서 판매가격이 생산 원가 밑으로 내려간 지 수년째”라며 “현재는 닭고기를 팔수록 적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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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판매량이 급증해 수요가 늘더라도 역부족이다. 외식·급식 업황이 부진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하림의 닭고기 판매 경로는 육계의 77%, 육가공의 50%가 기업 간(B2B) 거래에서 일어났다. 식당 등 외식업체와 학교·회사 급식을 비롯한 단체 급식에 들어가는 닭고기는 이를 통해 공급한다. 코로나19로 외식·급식 경기가 위축한 상황이라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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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늪에서 벗어나려면 닭고기 출하 가격을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다. 자연스럽게 소비가 늘어나면 될 일인데, 공급 조절이 먼저라고 전문가는 제안한다. 한국농촌경제원 관계자는 “닭고기 가격은 공급이 포화상태가 된 상황에서 공급량이 계속 늘어 원가 이하로 내려간 측면이 있다”며 “업계가 공급 계획을 수요에 맞춰 적정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