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면 째려보는 스태프, 위축될 수밖에"…故고유민 일기장 공개

  • 등록 2020-08-03 오전 4:25:03

    수정 2020-08-03 오전 7:01:25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소속 고(故) 고유민(25) 선수가 생전 작성한 일기장이 공개됐다.

(사진=MBC 캡처)
1일 MBC가 공개한 일기장에 따르면 고 선수는 리베로 역할이 배정된 이후 수면제를 먹어야 할 정도로 심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고 선수는 “우선 저를 많이 응원해주고 제 선수 생활 처음부터 응원해주신 팬분들께 너무 죄송하고 감사했다”고 적었다.

그는 “제가 이 팀에서 열심히 버텨보았지만 있으면 있을수록 자꾸 제가 한심한 선수 같고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전 제 몫을 다하려고 노력했지만 연습도 제대로 안 해본 자리에서…”라며 “주전 연습할 때도 코칭 스텝들이 거의 다했지, 전 거의 밖에 서 있을 때마다 제가 너무 한심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들어가야 할 땐 너무 불안하고 자신도 없었다. 같이 연습을 해야 서로 상황도 맞고 불안하지 않을 텐데…저도 불안한데 같이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더 불안했을까 싶다. 미스하고 나오면 째려보는 스텝도 있었고 무시하는 스텝도 있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전 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고 선수는 수면제 없이는 잠도 잘 못하는 상황에 처했고 그런 자신이 싫었다고 털어놨다. 조금만 더 버티자며 버텼는데 더 이상 버티기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고 선수들 지인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고 선수의 선배는 “팀에서 무시당하고 자기 시합 못 하고 오면 대놓고 숙소에선 연습실에서나 그런 거 당한게 너무 창피하고 싫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 선수의 어머니 역시 “사람을 완전 투명인간 취급한다더라”고 토로했다.

또 고 선수는 악성 댓글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일기장에 적었다. 고 선수는 “댓글 테러와 다이렉트 메시지 모두 한 번에 와서 멘탈이 정상이 아니다. 악플을 좀 삼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2월 리베로로 활약한 고 선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도 악플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팬들과 왕성한 소통을 해왔던 고 선수는 한때 댓글 기능을 제한해두기도 했다.

지난 시즌 현대건설에서 백업 레프트로 활약했던 고 선수는 발목 부상으로 잠시 리베로 역할을 해야 했다. 그는 올해 3월 초 돌연 팀을 떠났고 5월 한국배구연맹(KOVO)는 임의탈퇴를 공식화했다.

1일 경기 광주경찰서는 전날 오후 9시 40분께 광주시 오포읍의 고 씨 자택에서 고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고 선수의 전 동료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는 게 걱정돼 자택을 찾았다가 그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외부인의 침입을 비롯한 범죄 혐의점이 없는 점에 비춰 고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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