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이날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칠레 정부는 11월 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지하철 요금 인상 조치로 촉발된 시위가 반(反) 정부시위로까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지자, 정상회의 개막을 불과 17일 남기고 ‘개최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문제는 APEC 정상회의가 창설국인 한국·미국·일본·캐나다·호주 등을 포함해 21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역내 최고위급 지역경제협력체라는 점에서, 당장 굵직굵직한 정상 간 활동이 불발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건 ‘1단계 합의’ 서명을 목전에 둔 미·중 정상회담의 향배다. 앞서 양국은 지난 10~11일 워싱턴DC에서 진행한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구두로 이뤄진 ‘1단계 합의’를 토대로 후속 협상을 벌여왔다. 최종 목표는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정상회담을 열어 1단계 합의에 서명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향후 2단계, 3단계 합의를 위한 협상이 원활하게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제3의 장소로는 마카오를 띄우고 있다. 폭스뉴스의 에드워드 로렌스 기자는 이날 트위터에 “칠레 대통령이 현지 불안정으로 인해 APEC 정상회의를 칠레에서 개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며 “중국은 이미 마카오를 대안으로 제안했다”고 썼다. 그러나 장소는 주도권 싸움에서 중요한 요소인 만큼, 미국 측이 이를 거부할 공산도 상존한다. 일각에선 이를 계기로 1단계 합의가 상당 기간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방송은 “칠레의 APEC 개최 포기가 1단계 무역합의시기에 대한 의문을 던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