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모 기업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항공 산업이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다며 자사의 인수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연내 매각이 목표인 아시아나항공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두 번 다시 안 나올 매력적인 매물”이라며 매각 흥행을 자신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히는 SK, 한화 등은 인수 가능성에 손사래 치기 바쁘다.
항공기 1대를 도입하면 정비사 12명을 비롯해 필요한 인력은 60~70명 이상으로 일자리 창출에서 ‘큰 손’으로 불리고, 세계 도시를 연결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관계자는 “국적 항공사 영업이익률은 10%대 이하로 수익성이 크지 않다”며 “환율과 유가, 기상 악화, 천재지변에 취약하고 최근에는 정치·외교 문제 등 대외 문제로 시장에서 매력도가 반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 산업이 적자생존 시대에 돌입했다. 항공업계는 국적 저비용항공사(LCC) 대표로 자리매김한 제주항공(089590)이 6일 20분기 만에 지난 2분기 실적이 적자 전환한 것을 ‘시그널(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이 30%에 달하는 국적 6개 LCC업체가 일본의 경제보복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고 있어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던 LCC 업계가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LCC가 앞다퉈 공격적으로 공급석을 늘린 것과 비교해 여행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며 “경쟁 심화로 초저가 항공운임 등 출혈 경쟁이 가속화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업황 악화에 제주항공도 속수무책이었다. 제주항공은 이날 지난 2분기 매출은 3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늘었지만, 영업손실 2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분기까지 19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했던 성장 신화도 무너지면서 안용찬 전 부회장의 퇴임 이후 올해 1월 단독대표로 취임한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리더십도 위기를 맞았다는 게 중론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볼 때 늘어난 공급대비 여행수요 증가세가 다소 둔화하고 환율 상승 등 외부변수들의 영향으로 영업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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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을 비롯해 국적 LCC 6개사 모두 지난 2분기 적자 전환한 것으로 추정했다. LCC업계는 공격적인 항공기 도입으로 공급석은 경쟁적으로 늘렸지만, 탑승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수익을 내기에 역부족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반기 LCC 6개사 공급석은 1688만여석 규모로 전년 동기 대비 19.6% 늘었지만, 탑승률은 83.6%로 전년 동기 대비 3.1%포인트 줄었다.
앞으로 원화가치 하락도 문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20원까지 돌파했다. 항공기 도입과 항공유 구매 등을 외화로 결제하는 항공사는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커진다.
‘제살깎아먹기’를 하고있는 LCC간 경쟁은 더 큰 문제다. 항공운임 ‘0원 특가’, ‘500원 특가’ 등 초저가 항공권 이벤트가 봇물처럼 등장했다. LCC만의 노선 경쟁력도 상실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272450)가 인천~기타큐슈를 단독노선으로 띄우고 있었는데 이후에 에어부산(298690)이 대구~기타큐슈, 티웨이항공(091810)이 무안~기타큐슈에 취항하는 등 단독노선으로 수익성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재 운용성 악화도 한몫했다. 이스타항공을 시작으로 올해 말부터 티웨이항공이 6대, 2022년부터 제주항공이 50대 ‘B737 맥스’ 도입을 계획했다. 이 기재는 더 멀리 더 효율적으로 날 수 있는 ‘신의 한 수’로 통했지만, 안전 우려로 국토부로부터 운항 중단 명령을 받았다. 이미 B737 맥스 2대를 들여온 이스타항공은 운항중단으로 손실액이 비행기 1대당 연간 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은 제작사의 사정으로 A321 NEO 도입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와 중에 진에어는 국토부 제재까지 받고 있어 ‘사면초가’다. 중국 신규 노선에 취항하는 경쟁 LCC와 달리 진에어는 일본 여행 위축 속에 노선 구조조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에어서울은 2015년 창립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일본노선 비중이 60%에 달해 올해 적자탈출도 요원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