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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나와 창업전선에 뛰어든 의사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몸소 느꼈던 답답함을 사업의 기회로 삼은 것이다. 이들은 “결국 답은 현장에 있었다”며 “의학적인 전문지식을 활용해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피부과 전문의 안건영 대표가 이끄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올해 매출 1000억원을 예상한다. 이는 지난해 매출 280억원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안 대표가 피부과를 운영하던 시절 환자들을 위한 화장품을 만든 것이 시초다. 이게 입소문을 타면서 2000년 본격적으로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2006년 홍콩을 시작으로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결국 안 대표는 2012년 피부과를 접고 회사 경영에 올인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진료를 보면서 자투리 시간에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이후 미국시장에 진출해 노드스트롬, 월마트, 아마존, 월그린 등 백화점, 드럭스토어, 할인점, 온라인 등 전 유통채널을 뚫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소비자의 피부 타입을 진단하고 이에 맞는 화장품을 소개하는 솔루션인 ‘마이스킨멘토’를 론칭했다.
2012년 설립한 휴대용 초음파 전문 힐세리온도 의사가 세웠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의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만삭의 산모가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해 산모와 아이가 모두 사망하는 것을 경험했다. 이후 곧바로 휴대용 초음파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류 대표가 개발한 휴대용 초음파 ‘소논’(SONON)은 무게가 400g 정도에 불과해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으며 전용 디스플레이를 없애는 대신 스마트폰이나 패드로 영상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덕분에 가격이 1억원대에서 1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체중관리용 스마트 벨트인 ‘웰트’를 개발한 강성지 웰트 대표는 의대 졸업 후 공중보건의로 보건복지부 건강관리 관련부서에서 근무 후 삼성전자(005930)가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한다는 소식을 듣고 합류했다. 그 후 삼성전자 사내 벤처 인큐베이팅 시스템인 C랩을 거쳐 2016년 웰트를 창업했다. 웰트를 차고 있으면 과식을 하는지, 얼마나 움직였는지 센서가 감지해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강 대표는 웰트를 단순한 스마트기기가 아닌 의료기기 수준의 효용을 낼 수 있도록 의학적 근거를 쌓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웰트로 낙상을 예측하거나 감지해 대비할 수 있도록 분당서울대병원과 공동 연구하고 있다. 강 대표는 “평소의 보행 패턴을 파악해 이상이 감지되면 미리 알려 주거나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스타트업이지만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의사 창업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진료현장에서 느꼈던 불만과 갈증을 직접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모든 것을 다 잘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안건영 대표는 “의사가 아무리 의학적 지식이 뛰어나다고 해도 기업경영은 초보일 수밖에 없다”며 “다른 영역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