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입김에 또 흔들…‘깜깜이 인선’ 논란 자초하는 포스코

20일 최종 면접자 5명 확정했지만…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카운슬
후보자 수 늘렸다 줄였다 반복
비공개 원칙 고수로 외압설 자초
시민단체 ‘원천 무효’ 으름장도
카운슬 "비공개 원칙 고수할 것"
  • 등록 2018-06-21 오전 7:24:15

    수정 2018-06-21 오전 8:16:4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거대하고 강력한 포피아(포스코 마피아)다.”(내부고발자 정민우 전 포스코 대외협력팀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바른미래당 김철근 대변인)

“내부 짬짬이 중단하고, 투명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국회 산자위 소속 권칠승 민주당 의원)

“승계 카운슬 해체하고 새롭게 시작하라.”(추혜선 정의당 의원)

“정부나 정치권이 개입하지 않는 점을 악용 말라.”(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포스코 경영권 승계절차에 대해 수사의뢰 고발장을 중앙지검에 제출했다.”(포스코바로세우기 시민연대)

“포스코 출신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정인화 민주평화당 의원)

“개입설은 명백한 허위다.”(청와대)

포스코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둘러싼 파열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후임 선출 작업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유례없는 진흙탕 다툼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내부에서는 포스코 출신 인사 간 줄 대기 관행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데 이어 그동안 거리를 두던 여야 정치권의 개입으로 차기 선임 작업이 꼬여가는 형국이다.

업계에선 포스코의 오랜 고질병인 ‘CEO 리스크’가 또 다시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스코 내부적으로도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공정성을 명분으로 후보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밀실 인선’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여기에 고수하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도중에 지원자를 끼워 넣어 외압설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6단계 걸친 인선 절차 투명성 논란

20일 포스코에 따르면 후계 선출 과정을 담당하는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승계 카운슬’(이하 카운슬)은 예정대로 이날 제8차 회의를 열고 밤늦게 5명 안팎의 최종 면접 대상자를 확정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4월 1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서 사임 의사를 밝혔다(사진=이투데이·연합뉴스).
포스코 내부에서는 오인환·장인화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외부 인사로는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조석 전 지식경제부 차관,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 정철길 SK 부회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정치권의 거센 비판에도 후보군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고수했다.

카운슬은 지난 13일 회장 후보군을 11명으로 줄인 데 이어 지난 15일 7차 회의에선 6명으로 압축했다. 이번 8차 회의에선 최종 면접 대상자를 5명 내외로 추려 CEO 후보추천위원회에 제안하면 이후 추천위가 22~23일께 두 차례의 심층 면접을 통해 최종 1인의 후보를 추천한다. 2014년 권오준 회장 선임 절차를 감안하면 포스코는 다음주 초 이사회를 열고 1인의 회장 후보를 사내이사 후보로 임시 주주총회(7월 27일 예정)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하면 사실상 6단계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마무리하게 된다.

문제는 외부 입김에 흔들리는 흑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데 있다. 객관성과 공정성이란 명목으로 ‘깜깜이’ 방식의 회장 인선 작업을 주도하다가 되려 정치권 외풍이 들이칠 여지를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여야 3당은 선정 과정을 공격하며 공개적 개입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

회사 안팎의 요구에도 회장 후보 명단을 끝내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키웠다. 정치권에서 포스코 CEO 승계카운슬의 절차와 정당성을 문제 삼을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포피아(포스코 마피아)가 ‘청와대가 개입하지 않으니 우리 마음대로 회장을 뽑으면 된다’고 오판한 채 포스코 사유화를 지속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며 인선 중단을 요구했다. 일각에선 민영화된 기업 회장 선임에 정치권이 무책임한 정치공세를 벌인다는 반론도 나온다.

처음부터 어긋난 CEO 카운슬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의 논란은 지난 4월 권오준 회장의 사임 표명 직후 승계카운슬을 구성할 때부터 시작했다. 포스코는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가 있는데도 이 중 5명(김주현·이명우·박병원·김신배·정문기)만 따로 모아 별도의 카운슬을 구성했다. 권 회장은 후보 선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이유로 카운슬 2차 회의부터 불참해지만 안팎에선 승계카운슬 전원이 포스코 전·현직 임원과 가까운 이른바 ‘친 포피아’ 성향이라는 얘기가 나돌았다. 애초 후보군 발굴 역할을 맡은 카운슬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4차 회의에선 8명의 외부 후보를 발굴, 사실상 롱리스트 작성을 완료했으나 불과 1주일 사이 특별한 상황 설명 없이 후보자를 추가로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자초했다.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부실 경영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사외이사들이 포스코의 혁신을 짊어져야 할 CEO를 선출하려고 한다”며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이들이 혁신의 주체를 선출하려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기만이다. 포스코는 CEO 승계 카운슬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투명성을 강조하고 외부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해 놓고도 후보군을 철저히 비밀에 부친 포스코 측이 자초한 면이 있다”며 “최종 면접에 오른 후보 명단이라도 공개해 잡음을 차단하는 금융권의 CEO 인선 과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포스코 CEO의 불명예 사태는 거듭되고 있다. 지난 4월18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돌연 사임 표명에 따라 역대 CEO 8명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이력을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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