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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가정 양립을 위해 10년 전부터 시작한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이 예산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융통성 없는 운영으로 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운영주체가 정부여서 신원이 확실한 돌보미에게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비용부담이 시간당 최대 7800원(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감액)에 이용 가능해 인기가 높지만 공급이 부족해 1~2년씩 대기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대기수요에 대한 명확한 통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간 칸막이 등 행정편의주의가 낳은 불편 탓에 학부모들은 “이용자의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스템”이라고 꼬집는다. 전문가들은 아이돌봄 사업이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아이돌보미 확충과 함께 ▲돌보미의 처우 개선 ▲이용자 중심 시스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턱없이 부족한 아이돌보미…자치구간 칸막이로 불만↑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은 만 3개월 이상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아이돌보미가 직접 방문해 돌봐주는 서비스다. 2007년 정부가 가정의 일·가정 양립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 1일 2시간 이상 이용 가능한 시간제와 36개월 이하 영아를 종일 돌봐주는 종일제 서비스로 나뉜다.
정부 운영에 따른 신뢰감과 사설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덕에 ‘아이돌봄 로또’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책 만족도는 조사때마다 90점이 넘는다. 그러나 이용가구수는 2013년 5만1393가구에서 지난해 6만3546가구로 연평균 5% 가량 증가하는데 그치고 있다. 수요는 넘쳐나지만 예산이 부족해 아이돌보미 증원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여가부는 대기수요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가 자체 파악한 대기수요는 1900여명이다. 서울시만 해도 현재 아이돌보미 인원을 50% 이상 증원해야 연계가 가능하다.
여가부 관계자는 “현 시스템 상으로는 정확한 대기수요 파악이 어렵다. 출퇴근 시간대 돌보미가 더 필요하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며 “올해 연구용역을 통해 정확한 통계 시스템을 갖추고 돌보미 확대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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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이돌봄서비스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돌보미들의 처우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융통성 있는 운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변경화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출산장려팀장은 “서울형 생활임금이 시간당 9000원이 넘는데 시급 7800원은 비현실적인 급여”라며 “임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 활동하는 아이돌보미 숫자는 2732명으로 불과 6개월 전보다 100명 이상 줄었다. 서울시는 이번주 중 25개 자치구 담당자들과 함께 아이돌봄서비스 사업에 대한 개선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방과후 초등생 돌봄정책은 시설이나 개인 위주가 아닌 지역 커뮤니티 단위로 조직화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산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초등생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가 아이돌봄을 필요로 하는 시간대는 비슷한데 시간당 7800원을 받고 서너시간 일할 근로자는 사실상 많지 않다”며 “아이돌보미의 수급 불균형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스스로 이동이 자유로운 초등학생은 미취학 아동과는 달리 보육시설이나 아이돌보미처럼 직접 돌봄보다는 엄마가 없는 단 몇 시간을 ‘옆집 엄마’의 개념으로 돌봐줄 사람이면 충분하다”며 “지금 정부는 단순히 직접 돌봄시설이나 인력 확충 등에만 치중하는데 그보다는 지역 사회 가용 자원을 맞벌이 가정과 매칭해서 조직화하는 일을 해주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