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31일 공공기관 신규 지정 결정
|
기획재정부는 오는 31일(잠정)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공공기관 신규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대 관심사는 금감원이다. 기재부는 금감원이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지정 요건을 충족한다고 본다. 정부가 위탁한 금융 감독 업무를 하며 금융기관에서 걷은 감독 분담금이 기관 전체 수입의 절반을 넘는다는 근거에서다.
준정부기관은 공공기관 운영법이 규정한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3개 공공기관 유형 중 둘째로 높은 수준의 정부 통제를 받는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 2009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돼 현재는 공공기관이 아닌 금융위원회 설치법에 따른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준정부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이사회·임원 임명 등 지배 구조상 견제 시스템이 깐깐해지는 것은 물론 직원 성과급과 기관장 인사 조처를 좌우하는 기재부의 경영 실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 불거진 금감원 직원의 가상 화폐(암호 화폐) 부당 거래 의혹으로 금감원을 바라보는 국민 시선도 싸늘할 대로 싸늘해진 상태다. 작년 말에도 직원 7명이 불법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기소됐던 만큼 ‘기강 해이’ 문제를 더는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감원, 국책銀 일제히 반대…“독립성 해쳐”
|
그러나 금감원은 반발하고 있다. 채용 비리나 직원의 가상 화폐·주식 부당 거래 의혹 등은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과는 다른 문제이며, 공공기관 지정 시 금융 감독 기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1997년 외환 위기 직후 금융회사 감독 업무에 정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유에서 금감원을 정부 조직이 아닌 독립된 공법인으로 뒀던 설립 취지를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것이다.
정치권도 금감원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금감원이 정부(금융위원회)와 국회(정무위원회)의 통제를 받는 점을 고려할 때 공공기관 지정은 실익을 찾기 어려운 중복 규제”라고 지적했다. 정무위도 이런 내용을 반영한 의견서를 기재부 등에 전달하기로 했다.
|
산은과 수은은 현재 3개 공공기관 유형 중 정부 통제 수준이 가장 낮은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기재부는 두 은행이 자산 2조원 이상이면서 전체 수입의 85% 이상을 직접 벌어들이는 등 ‘시장형 공기업’ 지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본다. 기재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미 작년 1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부실 경영 논란 등으로 산은과 수은의 공기업 지정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가 지정만 1년 유예한 상태다.
이에 따라 공기업에 지정할 경우 금감원과 마찬가지로 기재부 경영 평가를 받는 등 기관 관리·감독이 대폭 강화된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2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국민과 기업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데는 지금의 형태(기타 공공기관)가 맞을 것이라는 견해를 기재부에 전달했다”며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이런 의견이 받아들여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 지정 취지는 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면서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한 사후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지정에 따라 기관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