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내가 잠자리에다 몰약과 함께 침향과 육계향을 뿌렸지요. 가서 밤새도록 놀며 한껏 사랑에 취해 봅시다.’ 마치 연인을 유혹하는 듯한 이 문장은 성경의 한 구절이다. 잠언 7장 17~18절에 나온다. 칠레 출신 유명 소설가인 저자는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그림·시 등을 인용해 과감한 성(性) 담론을 펼친다. 성경도 예외가 아니다.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명저 40여편에 감춰진 일화를 들춘다.
책은 그중 사랑의 촉매로서 감각과 음식 이야기에 주목한다. ‘생식기’보다 ‘뇌’에 초점을 둔 채 관능의 세계로 안내한다. 저자에게 최음제란 별게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대부분의 음식에는 최음제 효능이 있다는 것. 어떤 식재료든 궁합이 맞고 보기에 좋고 건강에 좋으면 그 자체로 최음제라는 얘기다.
국물이 끓을 때 보글거리는 소리, 양파를 볶을 때 기름이 튀는 소리, 허브·향신료 등 감각을 자극하는 향수도 최음제 레시피란다. 저자는 “포도 한 알을 20분 이상 먹어보라”면서 “포도를 만지고 쳐다보며 냄새를 맡다가 입안에 넣고는 혀로 천천히 굴리다 꿀떡 삼켜봐라. 1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식감과 온도, 맛과 냄새를 묘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가 꼽는 최고의 최음제는 ‘이야기’다. 천하루의 밤 동안 잔인한 술탄을 사로잡았던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꾼 셰에라자드를 예로 들며 연인과의 대화만큼 에로틱한 자극제는 없다고 강조한다. 직접 실습해 효과를 검증했다는 레시피 145개도 실었다. 섹스와의 상관성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서술했다. 오감을 자극하는 입담이 현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