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하늘에 미세먼지와 안개가 심해 남산서울타워가 뿌옇게 보였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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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차기 정부에서 경유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유력 대선후보 측은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유가를 올려 경유차를 줄이고 미세먼지를 대폭 감축시키겠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도 대선 직후인 6월부터 관련 논의에 본격 착수한다. 하지만 화물 운송·자영업자를 비롯한 서민들 부담이 늘어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文·安측 “미세먼지 잡으려면 경유값 조정 필요”12일 문재인·안철수 대선캠프에 따르면 두 후보 모두 경유에 붙는 유류 세율을 높이는 쪽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미세먼지 공약을 맡고 있는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은 통화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경유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며 “경유 가격을 올려 마련한 재원으로 경유차에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의 수석대변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세먼지 관련 경유 가격 조정 방안에 대해 준비 중”이라며 “생계형 피해가 없도록 검토 중이다. 의견이 정리되면 이번 주 안으로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인상 수준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적극적인 입장이다. 중국·석탄화력 관련 문제 못지 않게 경유차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캠프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지금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과거 수준의 대책으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유류세 관련 전반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며 “터 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의 미세먼지 배출원별 기여도는 난방 발전(39%), 자동차(25%) 순이었다. 배정환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유 가격을 10% 인상하면 대기오염 물질을 최대 5.3%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2년(2000~2012년) 간 전국 16개 시·도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을 토대로 연구한 결과다.
기재부 ‘물밑 준비’..6월 공청회
| 단위=원/ℓ, 2017년은 4월 첫째주 기준. 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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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양측 중 누가 당선돼도 경유 가격 관련 세법을 손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에서도 물밑 준비가 한창이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교통연구원에 의뢰한 ‘수송용 에너지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용역이 6월에 마무리된다. 기재부 환경에너지세제과 관계자는 “6월 말 공청회를 통해 연구용역 결과를 공개하겠다”며 “이후 하반기에 부처별 협의를 통해 에너지 세제 개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차에 부과되는 ‘자동차 환경개선부담금’도 동시에 논의될 전망이다. 이 부담금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감안해 경유차 차량당 연간 최대 57만4000원(1만cc 이상 차량 기준)이 부과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유에 환경개선부담금을 직접 붙여 경유차 감축을 유도하자는 방안도 제시됐지만 논란 끝에 보류됐다. 기재부는 하반기에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열고 자동차 환경개선부담금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기재부 재정성과평가과 관계자는 “이 부담금은 미세먼지 대책과 연계된 제도”라며 “6월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 부처 협의를 거쳐 이르면 9월에 부담금 폐지 여부나 개편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UV 車 업계·자영업자 ‘타격’
| 단위=원/ℓ, 4월 첫째주 가격(1279원/ℓ) 기준. 출처=[한국석유공사 오피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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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경유 가격이나 환경개선부담금을 올릴 경우 반발도 클 전망이다. 경유 가격을 올리면 SUV를 생산 중인 자동차 업계, 화물 운송업자, 소형 화물차주 등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고 물가도 오르는데 서민 부담만 높인다는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배출 원인은 다양한데 경유차 소유주에게만 부담을 집중하는 것은 형평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원전에 대한 과세 신설, 석탄발전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