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지난달 대우건설이 평택시 용죽지구에서 선보인 ‘비전 레이크 푸르지오’ 아파트는 청약 결과가 영 시원찮다. 총 617가구 모집(특별공급 제외)에 314명만이 청약통장을 꺼내며 1순위에서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전체 주택형(9개 타입) 가운데 7개 타입이 2순위에서 겨우 마감했지만 고덕신도시에 비해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같은 평택시인데도 지역에 따라 주택시장 온도 차가 뚜렷하다. 삼성반도체 공장과 미군부지 이전 등 호재를 안고 있는 고덕신도시에는 훈풍이 불고 있지만, 그외 지역은 미분양에 허덕이는 등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 공간 대표는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와 대출 제한 등으로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른바 ‘돈 되는 곳’에만 자금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따로 노는 평택 주택시장…고덕 ‘후끈’, 도심 ‘썰렁’
평택 고덕신도시는 평택시 서정·모곡·장당·지제동과 고덕면 일대에 1만 340만㎡ 규모로 조성되는 공공택지지구다. 지난해 발표된 11·3 부동산 대책에다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건설사들은 첫 분양을 앞두고 내내 우려섞인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인근에 들어서는 데다 수도권 마지막 신도시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분양 단지마다 조기 계약 완료가 잇따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 센터장은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와 SRT(수서발 고속철) 개통, 미군기지 이전 등이 맞물리며 고덕신도시가 수요자들의 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며 “호재가 많은 만큼 앞으로 분양될 아파트도 인기를 끌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매매시장도 잠잠한 모습이다. 매입 문의도 많지 않고 거래도 뜸하다. 아파트값도 보합권에 머물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시청이 가까워 평택의 도심으로 분류되는 비전동 아파트 매맷값은 3.3㎡당 720만원 선으로 올해 초 이후 석달 동안 변동이 없다. 동삭동 아파트값은 지난 1월 3.3㎡ 평균 729만원에서 이달 716만원으로 오히려 하락했다. 비전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고덕신도시에선 신규 아파트 분양 열기가 뜨겁다고 하지만 이곳에선 딴 세상 얘기”라고 말했다.
고덕 분양 열기, 평택 전역으로 옮겨 붙나
하지만 고덕신도시의 성공적인 분양이 서서히 평택 전역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짓기 시작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현재 공정률이 90%를 넘어서고 있다. 15조6000억원이 투입된 이 공장은 일부 생산 라인이 시험 운행에 돌입한 상태다. 총 면적이 축구장 400개를 합한 289만㎡에 달하는 이 공장은 15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전망이다.
문제는 공급 물량이다.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한 미분양 주택이 넘쳐나는 데 올해에만 평택에서 9748가구가 분양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현재 평택 미분양 주택은 2532가구에 달한다. 경기도에서 용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2014년 8058가구 분양에 이어 2015년 1만2137가구, 지난해 1만3183가구가 공급되는 등 최근 3년 새 3만3000여 가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평택 현덕면 장수리와 권관리 일대 232만㎡ 규모에 조성되는 현덕지구에서도 올해부터 주택 공급이 본격화한다. 올 하반기 대우산업개발의 ‘이안평택현덕’과 일신건영의 ‘평택 화양지구 휴먼빌’ 분양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이곳에 1만2000여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올해 분양하는 아파트 대부분은 고덕 국제신도시 내에 위치하거나 평택에서도 입지가 좋다고 분류되는 지역이라 전망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분양 물량이 워낙 많아 지역별·단지별 청약 양극화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