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포커스]집단대출 규제 없다지만 분양사업 영향 없을까?

금융당국 점검에 중도금 입찰 은행 줄어
규제 없다고 못 박았지만 건설사 여전히 ‘울상’
공급과잉 문제 주택 정책으로 해결
가계부채·금리인상 맞물려 이슈 중심으로
  • 등록 2015-11-07 오전 7:00:00

    수정 2015-11-07 오전 7:00:00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최근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을 놓고 건설업계와 금융권에서 한바탕 소란이 발생했습니다. 아파트 집단대출에 대해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죠. 호황에 분양을 계획했던 건설사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중도금 대출 입찰에 참여하는 시중은행들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죠. 은행들이 적게 몰리면 경쟁구도가 사라져 대출 이자율이 올라갑니다. 소비자에게도 부담이 되고 청약 성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등에 아파트 중도금 등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고 은행들이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지 보기 위해 관련 여신심사 적격성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아파트 분양물량 증가로 집단대출이 가계부채의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면서 미리 관리에 들어간 겁니다.

집단대출이란 아파트를 분양할 때 시공사 보증으로 계약자에 대한 개별심사 없이 중도금과 잔금을 분양가의 60∼70% 수준까지 대출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받지 않는 데다 시공사가 은행과 금리를 협상하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분양 사업장에서는 중도금 대출 무이자 혜택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주택경기 호황으로 아파트 분양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집단대출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 말까지 분양된 아파트 물량은 총 38만 6000가구로 연말까지 50만 2000여 가구가 공급될 예정입니다. 분양물량이 쏟아지면서 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도 지난 9월 말 기준 72조 8000억원으로, 한 달 새 1조 6000억원이나 늘었다고 합니다.

금융권에선 집단대출이 지금처럼 급증하면 2∼3년 뒤 가계부채가 부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 시점에 집값이 하락하면 대출금 연체가 늘어나 가계부채 문제가 커질 수 있어서 입니다. 금융당국이 중도금 대출 조사를 강화한 것은 이러한 우려 때문입니다.

건설업계의 불안감이 커지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단대출과 관련해 규제 신설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집단대출은 은행 차원에서 스스로 리스크 관리를 적정하게 해야 할 사안이며 현재 점검에 들어간 은행들은 대출과정과 사업성 평가에 관한 점검 및 컨설팅 차원일 뿐 검사 차원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모처럼 찾아온 분양시장 호황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분양 현장에서 평균 3~4개 은행이 중도금 대출 입찰에 참여해왔지만 지난달부터 1~2곳으로 줄었고 어떤 사업장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금융당국이 공급과잉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건전성 차원에서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갑자기 중도금 대출 창구를 줄여 이자율이 올라가면 수요자 부담 가중으로 미분양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가 바로 금융지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사안은 연말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과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가계부채 관련 대책과 맞물려 이슈의 중심에 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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