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호의 벤처캐피털 세계]⑤천사여! 경제를 살려라

  • 등록 2015-11-06 오전 8:01:49

    수정 2015-11-08 오후 6:25:18

[유석호 페녹스 벤처캐피털코리아 대표]
참 돈 벌기 힘든 세상이다. 이자율은 점점 낮아지고 수명은 늘어나는데 은퇴 시기는 빨라진다. 엄청나게 높은 자영업 폐업률과 점점 늘어나는 스타트업 실패율 그리고 많은 엔젤투자자들이 무덤으로 간다는 기사들이 자주 나온다.

얼마 전 엔젤투자자들을 모시고 특강을 한 적이 있는데 30여 명 중 엔젤 투자로 수익을 낸 분이 한 명도 없었다. 단 한 분만이 본전을 건졌다고 했고 나머지 분들은 깨졌거나 물렸거나 둘 중 하나였다.

마치 엔젤투자의 성공은 로또 당첨이나 도박으로 돈을 따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이런 성공 확률의 희박성 때문이다. 물론 엔젤투자 자체가 스타트업 초기 투자다 보니 성공확률은 낮지만 그래도 최소 열명 중 한 두명은 돈을 벌어야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믿는다.

투자하는 족족 물려버려서 회수(엑시트)가 안되면 시장이 한쪽에서 막혀버려 도저히 순환이 될 수 없는 구조적 병폐에 빠질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적인 성공은 많은 엔젤투자자들이 성공적으로 엑시트(현금 매각)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회수된 자금은 다시 투자로 이어질테니까.

엔젤투자자들의 성공은 스타트업 성공에 달려 있고 스타트업 성공은 상장이나 인수·합병(M&A)으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회수시장에 있는데 스타트업이 상장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균 10년이 넘다 보니 일반 엔젤들이 기다리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 소요된다.

결국 해결책은 인수·합병(M&A)인데 이것은 경험 없는 스타트업이 주도적으로 하기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엔젤이 이 부분에 역할을 해준다면 스타트업에게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요즘 스타트업 대표들은 20~30대이다. 그리고 엔젤 투자자들은 40~50대가 가장 많다. 이들 사이의 20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인맥과 경륜의 차이를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M&A 주체들의 연령대는 엔젤투자자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만나 본 엔젤투자자 중에 높은 승률을 자랑하는 미스터 로버트씨의 성공 비결은 그분 자신이 M&A 전문가이자 중개업자라는 점이다. 본인은 스타트업 투자를 할 때 이 회사를 자신이 얼마에 팔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결정을 한다고 했다.

즉 잘 되면 대박이고 안되어도 본전은 건진다는 얘기다. 요즘은 본인이 찾아 다니지 않아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찾아 온다고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이런 분의 투자를 받게 되면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엑시트가 가능할 수 있을테니까 당연히 이러한 엔젤투자자의 투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요즘 창조경제의 붐을 타고 엔젤투자자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는데 그 중에는 투자할 돈이 없는 사람도 꽤 있다. 그냥 공부를 하러 다니는 건지 아니면 스타트업에 취직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엔젤들은 경계해야 할 ‘블랙엔젤’이다.

자신의 경험을 살려 스타트업을 돕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원하고, 회사가 크면 엑시트를 위해 직접 나설 수 있는 ‘굿 엔젤’이 늘어날수록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도 많아지리라 확신한다. 보다 많은 이러한 굿 엔젤들이 스타트업 생태계로 유입되고 좋은 성공 사례가 많이 나와 진정한 창조경제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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