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심장'을 가다]③광주에 부는 '천풍'···천정배신당 통할까

본지, 총선 앞두고 '여야 본거지' 대구 광주 민심 르포
野에 대한 반감+스윙스테이트 '서구'가 만든 천정배
구심점된 천심, 천정배신당으로 광주서 바람 몰고올까
  • 등록 2015-10-30 오전 6:00:15

    수정 2015-10-30 오전 8:34:36



[광주=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야권의 심장’ 광주의 민심 동향이 심상치 않다. 지난 4·29 재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조영택 후보와 득표율만 22.6%포인트 차이가 났다. 천 의원은 국회 등원 첫날 “내년 총선서 광주8석에 전남까지 확장해 30석에 후보들을 내서 뒤집어야 겠다”고 호언했다.

이데일리가 다시 광주를 찾았다. ‘천풍(千風·천정배 바람)’을 만난 4·29 재보선의 열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내년 20대 총선의 서곡이 울리고 있었다.

“천정배 대통령 만들어야제”…제1야당에 대한 ‘실망’ 컸다

“그 양반 광주서 인기 좋제. 이번에도 되겄제. 새정치연합은 예전 같지가 않어. 무조건 반대만 한당께.”

지난 22일 오전 광주 송정역 앞. 택시기사 김모(65·화정동)씨는 천 의원을 이렇게 치켜세웠다. 서구 금호동에 있는 천 의원 지역사무실에 가자는 말에 바닥 민심이 그대로 읽혔다. 이른바 ‘호남 소외론’에 더해 새정치연합이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자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새정치연합이 예전 같지는 않당께요. 여당에 맞서 싸울 힘도 없고 무기력하게 계파 싸움만 하고 있어서 이제는 다들 질린다고 합디다. 변화를 줘야 한다는 분위기이지라.”

10년째 부동산을 운영하고 있는 신모(56·쌍촌동)씨 얘기다. 그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마당발이다. 그렇다고 천 의원을 감싸고만 돌진 않았다. 그는 “그 양반도 그렇게 특별히 잘나서 된 건 아니다”면서 “지역구를 옮겨서 온 것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지만 조영택 후보라는 인물에 비해 반사이익을 얻었다”고 했다.

주거지역인 풍암지구 내에 있는 풍암저수지. 인근 공원에서 과일을 파는 최모(61·여·화정동)씨는 지난 재보선 당시 조영택 후보를 지지했다. 하지만 이제 천정배 지지자로 변했다. 그는 “500~1000표 차이 정도는 날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랬어. 광주 시민이 변화를 바라는 거여. 천정배는 이제 대통령 만들어야제”라고 했다.

서구는 광산구와 더불어 젊은층이 많은 지역이다. 표심 변동이 큰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다. 변화 바람은 얼마든 불 수 있단 얘기다. 새정치연합이 잘못하면 할수록 변화의 폭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천 의원의 당선으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민심 이반이 수면위로 드러난데 이어 그 여파가 주변 지역구에까지 미치고 있다.

남구 봉선동에 거주하는 채모(45)씨는 “새정치연합이 변해야 한다. 그런 모습을 안 보여 주면 민심이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당을 변화시키고 내년 총선서 이겨야 한다”고 했다. 채씨는 새정치연합 대의원이다.

또 다른 대의원 정모(49·북구 문흥동)씨는 “천정배신당에 대한 지역 유권자의 호응이 있는 편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인물이나 당의 방향 같은 여러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겠지만 어느 정도 활약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새정치연합은 대안을 갖고 여당과 잘 싸워나가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라고 전했다.

새정치연합에게 천 의원의 신당은 이제 상수다. 천 의원의 한 측근은 “5선 국회의원이니 총선 한 번 당선되는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신당 창당을 당연시했다. 창당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당장 11월 첫주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12월말 발기인대회를 한다는 타임테이블도 궤도에 올랐다. 당의 노선으로는 개혁적·합리적 보수를 선택했다. 월별로 신임부터 거물급까지 창당멤버도 발표하기로 했다.

“신당이 성공하긴 어려울거여” 일각에선 신당 회의론도

천풍이 광주를 휩쓸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신당은 성공하긴 어려울 거여” “신당이 추구하는 방향이 좋아야 할텐데”하는 주민들의 우려도 엄연히 있었다. 이렇다 할 창당 윤곽도 없는 게 현실이다.

박주선 의원과 박주영 전 전남지사 등 신당 창당설이 솔솔 나오는 가운데 특이할 만한 차별점도 없다. 더욱이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을 대체할 만한 파괴력이나 이를 떠받치는 전국적인 지지율면에서도 약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광주시당위원장인 박혜자 새정치연합 의원은 “신당 움직임은 정체된 상태”라며 “서구을은 전략지역이라 아직 후보가 없어서 (여론조사를 그대로 대입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천 의원은 조 전 의원을 40.2%포인트 앞섰다.

게다가 광주 서구을에 ‘송영길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조영택 전 의원과는 무게감에서 차이가 크다. 천 의원 측은 “송영길은 여기 내려오면 정치인생은 끝”이라고 하지만, 지역정가에서는 빅매치를 예상하고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천정배신당의 성패는 새정치연합이 호남에서 혁신 경쟁을 할 것이냐에 달려있다”면서 “새정치연합이 개혁 경쟁으로 가느냐. 인지도 경쟁으로 가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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