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 일어난 일이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총 23조원 규모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대우그룹 전 경영진이 최근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에 재심을 청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들은 분식회계에 대한 잘못과 징역형에 대해선 수긍하면서도 수조원대의 추징금은 지나치다고 주장합니다. 김우중 전 회장도 지난해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쓴 ‘김우중과의 대화’란 책에서 이런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대우그룹이 분식회계로 자산 규모를 부풀린 것은 분명 잘못한 일입니다. 그룹 해체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국가 기간산업을 영위한 대기업의 공중분해로 나라 경제가 휘청거렸습니다. 그럼에도 수십조원의 추징금은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것. 죄인들의 비겁한 변명일까요, 과도하게 처벌받은 자들의 합리적인 문제제기일까요.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는 있겠군요.
금융감독원은 대우그룹의 분식회계를 조사하기 위해 26명으로 구성된 특별감리반을 설치, 1999년 12월부터 아홉달 간 감리에 착수합니다. 당시 ㈜대우와 대우자동차, 대우중공업 등 12개 회사의 본사와 공장 등을 실사했지요. 그 결과 분식회계로 드러난 금액은 22조 9000억원에 달했습니다.
또 거짓으로 꾸민 채권, 거래처 사정이 어려워 돈을 받을 수 없게 된 부실채권도 마치 정상 채권인 양 버젓이 처리해 놓은 금액이 4조원에 달했습니다. 그 외에도 연구개발비를 허위로 부풀리고 있지도 않은 설비와 재고자산을 회계장부에는 있는 것처럼 기록한 금액이 4조원 규모였습니다.
법원은 이런 분식회계의 책임을 물어 김우중 전 회장에게 징역 8년 6월에 벌금 1000만원, 추징금 17조 9253억원을 선고했습니다. 나머지 경영진들에게도 3~5년의 징역형과 총 23조원 규모의 추징금을 부과했습니다.
대우그룹 분식회계가 밝혀진 것과 비슷한 시기, 세계 최악의 분식회계로 일컫는 미국의 엔론 사태에서도 제프리 스킬링 엔론 최고경영자(CEO)는 징역 24년 4개월에 4500만 달러(우리돈 약 48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습니다. 스킬링의 변호인단은 판결 내용과 형량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법원은 형량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점을 인정해 징역 형량을 10년가량 줄여줬습니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최악 회계부정' 엔론 스킬링, 4년뒤 조기 석방될듯)
분식남 독자 여러분들은 대우그룹 분식회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법원은 전 경영진들의 재심을 받아들일까요? 분식회계의 죄값을 묻는 중요한 결정이 다시 내려질 가능성도 있기에, 대우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