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두려운 中企 "상여금 커녕 임금체불 걱정"

  • 등록 2014-01-27 오전 8:09:58

    수정 2014-01-27 오전 8:09:58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자금이 모자라 죽을 지경입니다. 물품대금이나 상여금 지급을 위해 적어도 1억원의 비용은 필요한데 5000만원 정도가 부족해요. 설 연휴에서 직원들에게 성의표시는 해야 하는 데 정말 걱정입니다. ”(중소 제조업체 A사 대표)

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돈 들어갈 곳은 한둘이 아닌데 자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 직원들에게 넉넉한 상여금을 안겨주고 싶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700여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자금 수요조사’ 결과, 조사대상 중소기업의 47.6%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반면 ‘자금 사정이 원활하다’고 응답한 업체는 10%에 불과했다.

충북 음성에서 비닐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이수양 대표는 “자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월급도 열흘씩 늦게 줬는데 상여금 지급은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다. 귀향 차비 정도를 직원들에게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전남 순천에 위치한 기계제조업체인 엘티아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일본 수출에 주력해왔는데 급격한 엔저 현상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이 회사 대표는 상여금 대신 2만원 안팎의 선물세트를 지급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보너스 잔치는 꿈같은 이야기다. 오히려 임금 체불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근로자 체불임금은 2년 연속 증가세다. 고용노동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26만6500여명에 달했고 체불 금액은 1조1900여억원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32.7%(3904억원), 규모별로는 5~30인 미만 사업장이 42.3%(5049억원)로 가장 많았다. 대개의 경우 중소기업이다.

설 자금 부족 현상은 영세업체일수록 더욱 심각했다. 상여금은 커녕 월급을 제때 주기도 쉽지 않다. 경북 칠곡에서 의자 생산업체를 운영하는 이동칠 대표는 “이번 달 월급도 겨우 마련했는데 상여금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자금을 구하려고 백방으로 뛰다 보니 병이 다 걸질 지경이다. 사채라도 좀 끌어다 써야 하는지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중기 CEO들은 은행 문턱이 너무 높다고 꼬집었다. 신용도가 낮고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 이수양 대표는 “정부에서는 신용대출을 강조하지만 은행 현장에서는 씨가 안 먹힌다”며 “우리나라 은행은 중소기업이 어렵다고 해도 꼼짝도 안한다”고 꼬집었다. 부산 금사공단에서 기계부품업체를 운영 중인 이준영 대표는 “영세 기업이 금융권에서 자금 빌리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라며 “제출 서류도 간소화하고 신용도 상대적으로 좀 배려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은행권이 우량 중소기업에만 돈 빌려주기에 급급하지는 않은지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규모별, 업종별 중소기업 자금지원 실적을 정부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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