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산책 나온 개는 지금 어디에

  • 등록 2013-11-12 오전 8:31:02

    수정 2013-11-12 오전 8:31:02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흔히 주가지수와 실물 경제는 개와 개 주인에 비유된다. 산책을 나온 개는 주인을 앞질러가기도 하고 혼자 킁킁 냄새를 맡다가 주인보다 뒤처질 때도 있지만 결국 집에는 같이 들어온다. 수많은 변수로 인해 요동을 치면서도 결국엔 실물 경제를 따라가는 주가지수처럼 말이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2000포인트대에서 움직이던 코스피 지수가 연일 큰 폭으로 내리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400포인트대를 찍을 듯 무섭게 내렸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벌써 엿새째 썰물처럼 빠진 탓이다.

정부도 그렇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거론하며 주가지수는 다시 오르리라고 낙관한다. 실물 경제는 튼튼하고 이제 회복될 일만 남았는데 주가지수는 아직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연장선에서 자동차나 전기·전자 등 경기 민감주를 추천 종목으로 올린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볼 일이다. 과연 우리 실물 경제는 튼튼한가. 한국은행 금융안전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진 기업, 즉 영업이익으로 원금은 물론이거니와 이자도 갚지 못하는 곳이 대기업 29.1%, 중소기업은 43.7%에 달했다. 튼튼할 것이라 믿는 대기업 10곳 중 3곳이 개인으로 따지면 신용불량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현대, 한진, 두산, 동부 등 4개 그룹은 연결 기준 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고 있다.

만연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계부채 문제는 또 어떤가. 부동산 시세가 떨어졌다곤 하지만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이 전셋집도 구하지 못해 결혼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될 정도로 서민과 중산층의 삶은 팍팍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의 눈에 비친 우리 실물 경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지금은 개(주가지수)가 개 주인(실물 경제)에게 뒤처져 있는 상황이 맞는지. 아니면 개 주인이 개를 따라가지 못하고 주가지수는 그저 펀더멘털과는 별개로 환상과 기대감만으로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인가.

애널리스트의 냉철한 실물 경제 분석이 필요한 때이다. 그래야 개별 기업 실적이나 거시 경제 지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시장과 투자자가 “펀더멘털이 좋아질 것이니 경기 민감주를 담으세요”란 레퍼토리를 의심없이 믿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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