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말 한국투신운용을 비롯한 5개 자산운용사들이 신규 설정한 장기회사채펀드로 좀처럼 자금이 모이지 않고 있다.
한국펀드평가가 5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한국투자 비과세장기회사채형채권` 펀드에 13억원, `하나UBS 장기회사채채권`에 6억원, `푸르덴셜 장기회사채`에 18억원, `SH 장기회사채형채권`에 1억원, `산은장기회사채`에 1억원이 채 안되는 자금이 각각 모였다.
이 장기회사채펀드는 지난달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화대책의 일환으로 회사채펀드에 대해 3년간 배당소득을 비과세 해주기로 하면서 나온 상품이다.
이 펀드는 설정 초기부터 정책 효용성에 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회사채에 60% 이상 투자하는 회사채펀드에 대해 1인당 3000만원까지 3년간 배당소득을 비과세해준다`는 혜택을 내걸었지만 정작 설정된 채권펀드 중에 이에 맞는 상품이 없어 자산운용사들이 정책에 `끼워맞추기` 식으로 급하게 신규로 상품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작년 정부는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 시장 활성화를 위해 투자부적격 등급의 회사채를 10% 이상 편입하는 펀드에 대해 6.4%의 세율로 분리과세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아 `분리과세 고수익고위험` 펀드들이 출시됐다.
또 최근엔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를 맞으며 투자자들이 투자부적격 등급 채권 투자에 두려움이 커져 관심 밖에 나 있는 상황이다.
`한국분리과세고수익고위험채권혼합`의 경우 5일 현재 설정액이 139억원으로 1년전에 비해 384억원이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일 한국운용과 하나UBS운용, SH운용, 삼성투신운용 등 몇 개 자산운용사들의 채권운용본부장들을 모아 정부 정책 취지와 달리 회사채펀드가 활성화되지 못하는데 대한 논의를 가졌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비과세 혹은 분리과세라는 절세 혜택을 주는 상품들의 경우 소액투자자보다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되는 고액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많은 상품"이라며 "하지만 정작 이런 고액자산가들은 현재 주식형펀드, 부동산, 주식투자 등에서 물린게 많아 이런 신규 채권펀드에 투자할 여력도 없을 뿐 아니라 글로벌 신용경색 위기가 확산된 속에서 채권에 투자도 꺼린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세제헤택만 주면 회사채 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업들에 자금조달 창구가 열릴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생각"이라며 "투자할 투자자도 없고 시장 상황도 맞지 않는 만큼 그나마도 모인 설정액도 환매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자산운용사들은 정부 정책에 맞춰 내놓은 채권형 상품에서 부실자산이 발생해 곤욕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한국운용과 한화투신운용은 설정한 분리과세 고수익고위험펀드에 지난 2월말 부도를 맞은 LCD부품업체 우영의 기업어음(CP)을 편입했다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도윤 한국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해당 분리과세 펀드에서 우영을 비롯한 3개 투자부적격등급 회사채를 편입했는데 이 중 우영이 부도를 맞게 된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분리과세 고수익고위험` 채권펀드가 부도를 맞을 수도 있는 부실한 펀드라고 잘못 이해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기준일:2008년 11월5일 (단위:억원) 투자기간이 짧아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음 자료:한국펀드평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