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형의원 `전두환정권 녹화사업` 참여 의혹

  • 등록 2005-05-08 오후 8:30:19

    수정 2005-05-08 오후 8:30:19

[오마이뉴스 제공] 전두환 정권의 "학원녹화사업"이 군 과거사조사 대상에 포함돼 조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여당의 한 중진 의원이 당시 청와대가 작성한 녹화사업 문서에 실무위원으로 등재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녹화사업은 전두환 신군부가 80년대 초중반 학원의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동권 학생들을 강제 징집해 특별교육을 시키고 프락치 활동을 강요한 대표적인 학원탄압 사건이다. 최근 공개된 녹화사업 관련 국가기록원 문서에 따르면, 홍재형 열린우리당 의원(전 정책위의장. 국회 국방위 소속)은 청와대 경제비서관(1983년 1월∼1985년 2월)으로 재직할 당시 "대학생이념순화대책추진위" 실무위원으로 올라있다. 당시 교육·문화비서관으로 재직한 유효일 전 국방차관이 작성한 이 문서는 83년 8월경 "대학생이념순화대책추진계획"이라는 제목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내용이다. 이 문서에는 "대학생들의 데모나 집단행동을 억제하고 막기만 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들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아주는 이론적, 이념적 순화가 필요하다"고 문서작성 취지가 담겨 있다. "대학생이념순화 교육활동강화" 방안으로 이 문서에는 △학생이념순화교육은 정부주도를 지양하고 대학·학회·학자들이 자율적으로 실천하도록 추진 △국민윤리·철학·정치·경제·사회학 등 과목의 교수요목을 개정해 비판능력을 배양 △정부·대학·사회 간 대학이념순화를 위한 연구지도체제를 구축해 적극 권장 △대학교수의 사상지도능력 배양을 위한 연구활동 권장 등 6개 기본방침이 서술되어 있다. 아울러 "청와대에서 테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대학생의 사상과 이념을 바로잡을 이론적 체계를 정립하고 이를 지도하는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에 따라 구성된 추진위는 함병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위원장으로 정치사회대책반(정순덕 정무1수석비서관)-경제대책반(김재익 경제수석비서관)-종교대책반(박철언 정무2팀 법률비서관)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추진위에서 홍 의원은 진념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과 함께 경제대책반에 소속되어 있으며 동시에 실무위원회 위원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실무위원회는 유효일 전 국방차원을 위원장으로 △테스크포스 운영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 △각 분야별 기능수행을 위한 업무조달 △업무추진계획 수립 및 시행상 문제점 협의 개선 등의 역할을 맡았다. 유효일 전 국방차관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진압군 참여 논란에 이어 이 문서의 공개로 녹화사업 참여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4일 사의를 표명하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한편 홍 의원측은 이같은 내용에 대해 "당시 경제비서관으로 재직한 사실은 있지만 청와대 내 이런 조직이 구성된 사실을 알지 못했으며 홍 의원이 소속되었는지는 더더욱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이름만" 올랐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녹화사업에는 전혀 간여한 바가 없다"고 억울해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녹화사업은 당시 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 주도로 극도의 보안 속에 이뤄진 사업"이라며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 대해서는 "국가기록원에 존재하는 유일한 공개 문서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녹화사업은 보안사뿐만 아니라 문교부, 병무청, 국방부, 군, 검찰 등 정부의 여러 부서가 종합적으로 간여된 사업"이라며 "따라서 청와대 각 분야 비서관들도 예외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1981년 12월 5일 정부가 발표한 "소요관련 대학생 특별조치"를 시작으로 1983년말까지 활발히 진행된 녹화사업은 외형상 1984년 말 중단되었다. 실미도 사건과 녹화사업을 우선 조사대상으로 삼고 있는 군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이해동 목사(덕성여대 이사장)를 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민간위원 7명과 군위원 5명을 위원으로 하는 위원회 구성 마무리 단계에 있다. 녹화사업의 진상규명 핵심이 누가 녹화사업을 주도했는지 여부에 달려 있는 만큼 홍 의원의 책임있는 해명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친화적 경제인"으로 통하는 홍재형 의원은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청와대를 비롯해 재무부, 관세청 등에서 두루 요직을 지냈고, 김영삼 정권에서는 경제부총리를 맡았다. 16대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단 뒤 초선으로 유일하게 예결특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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