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관만은 감축 없다'…워싱턴 로비 확 늘리는 재계

미 대선 앞두고 워싱턴 대관 강화하는 재계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대관 늘려
미 현지 석학 "韓 기업, '워싱턴 게임' 해야"
  • 등록 2024-10-16 오전 5:30:03

    수정 2024-10-16 오전 5:30:0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대선 국면이 달아오르면서 국내 재계의 로비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 중 누가 집권하든 반도체를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등의 자국 생산에 드라이브를 걸 게 확실한 가운데 국내 4대 그룹 모두 미국 정계 로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자금을 지출하고 있다. 재계 전반의 경비 감축 흐름과는 다른 기류여서 주목된다.

15일 미국 로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 북미법인 등을 포함한 삼성그룹은 올해 상반기 미국 대관 자금으로 354만달러(약 48억원)를 지출했다. 지난해 상반기(322만달러) 대비 9.9% 증가했다. 상반기 기준 역대 가장 많았다. 미국에서 고용한 로비스트는 58명으로 1년 전보다 9명 줄었지만 로비 액수 자체는 크게 늘렸다.

삼성의 대미 로비 규모는 인텔(362만달러)을 제외하면 반도체업계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엔비디아(320만달러), 마이크론(118만달러), 브로드컴(115만달러), 텍사스인스트루먼츠(68만2000달러) 등 직간접적으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미국 회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적게 썼다. TSMC의 1분기 로비 액수도 163만달러 정도였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SK하이닉스(000660)를 통해 반도체 사업을 하는 SK그룹도 상반기 254만달러를 집행했다. 지난해 상반기(227만달러)와 비교해 11.9% 늘었다. SK그룹은 올해 초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인 ‘SK아메리카스’를 신설했다.

재계 한 인사는 “미국 행정부가 적극적인 산업정책, 특히 반도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로비 액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생산 공장이 있기 때문에 미국 정가의 눈치를 봐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상반기 123만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08만달러) 대비 13.9% 증가했다. 현대차(005380)는 조지아주에 위치한 전기차 전용공장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LG전자(066570), 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을 포함한 LG그룹은 상반기 43만달러를 집행했다. 1년 전 31만달러보다 38.7% 늘었다. 한국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 역시 경제 협력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재계의 워싱턴 대관 확대 움직임은 국내 경비 감축 행보와는 다른 것이다. 그만큼 대선을 앞두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직접 상대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특히 미중 반도체 전쟁이 심화할수록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업들만 홀로 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워싱턴에서 기업들을 적극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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