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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여자는 “가해자 정보를 가져왔다”며 특정인의 이름과 전화번호, 부모 전화번호, 학교를 공유했다. 그는 “이 사람은 전에도 딥페이크를 해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은 전적이 있다”며 “여기 있는 사람이 한통씩만 걸어도 300통이다. 다 같이 전화를 걸어달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처벌할 수 없다면 우리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가해자라고 지목된 사람의 사진과 SNS 계정, 출생년도를 올렸다. 참여자들 사이에선 “OO 지역 가해자 있나요”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가해자라고 지목된 이와 통화한 내용도 공유됐다.
일각에선 “남자 사진으로도 동성애 딥페이크 영상물을 만들자”는 제안도 올라왔다. 피해자 대다수가 여성인 상황에서 남성을 향한 ‘보복 범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사적 제재를 정당화하는 발언도 뒤따랐다. 한 참여자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도 약하고 초범은 거의 다 기소유예로 풀린다”며 “연령대도 거의 다 촉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는 “진짜 (가해자가) 아니면 우리도 큰일 난다”며 “저 사람 범인인 것 믿을 수 있나”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공유된 가해자 명단에는 실제 딥페이크 범죄와 무관한 이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SNS ‘스레드(Threads)’에 자신을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트위터·텔레그램이 뭔지도 전혀 모른다. 어떤 경로로 ID가 유출돼 가해자로 지목된 건지 모르겠다”며 “유출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많은 사람이 유입되고 있는데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자니 진짜 가해자로 몰릴 것 같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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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를 알 수 없는 링크도 수차례 공유됐다. 몇몇 사용자는 여성들의 SNS 계정 사진을 올리며 “‘딥페’ 대리로 해주실 분 0.5 드려요”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프로필 사진으로 여성의 신체를 등록했다.
또 다른 딥페이크 관련 방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링크와 함께 “사진 보내면 알아서 벗겨줌”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신고를 위한 ‘화면 캡처’도 막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져야 사적 제재 움직임을 막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여성학 박사)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권력을 믿지 못하는 국민들이 이른바 ‘사적 제재’에 나서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수사를 정확히 해서 가해자를 적절한 수준으로 처벌해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사적 제재로 인해 가해자가 아닌 사람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우려된다”고 했다.
또 “그동안 처벌이 미약하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수많은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가 양산된 면이 있다”며 “가해자가 검거되고 처벌받는다는 상식적인 규범이 정상 작동하지 못해 사적 제재까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 석좌교수 또한 “시민들이 범죄행위에 대한 공적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인식한다면 처벌받을 위험을 무릅쓰고 사적 제재할 이유가 없다”며 “형사사법에 대한 불신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고 밝혔다. 공익성 목적이 있더라도 상대의 비방 목적이 담긴 글이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28일 교육부는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196건의 딥페이크 피해 사례가 접수돼, 이 중 179건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초등학생 8명, 중학생 100명, 고등학생 78명과 교직원 10명이었다.
하지만 같은 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접수된 사례가 1400건이 넘는 걸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더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피해 조사가 과소 표집됐다는 지적에 대해 오석환 차관은 “학교와 교육청만을 중심으로 조사한 통계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