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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업은 큰 도전이었다. 이들에게는 복잡한 통계 개념을 설명하는 대신 더 친숙하고 재미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해양 동물 모양 과자를 이용한 활동을 준비했다. 학생들은 과자봉지 속 동물들을 같은 동물군으로 나누고(분류), 가장 많이 나온 동물을 찾는(분포)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통계적 사고를 배웠다. 이처럼 아이들의 발달 수준에 맞는 교육 방식을 적용하니 저학년, 고학년 학생들 모두 통계에 흥미를 갖고 적극 수업에 참여했다.
우리는 이미 데이터 혁명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돼 맞이할 세상에서 데이터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일하는 방식과 삶의 모습을 바꿔 놓을 것이다. 세계경제포럼이 2023년에 발표한 ‘일자리의 미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동안 전체 일자리의 구조 변화를 인공지능과 데이터가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인공지능과 데이터 관련 직종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가 매년 3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계청은 이외에도 국민의 통계와 데이터 리터러시 향상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통계 교육도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0년에는 통계 리터러시 함양을 목적으로 통계청이 개발한 ‘실용통계’ 도서가 고등학교 교과로 인정받아 일선 학교에 보급되었다. 실용 통계교육 교사연수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통계청 통계교육원은 초·중·고 실용 통계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수학교과 과정에 맞는 통계교육 공학도구인 ‘통그라미’ 서비스를 개발해 보급하고 교과서에도 수록했다.
데이터 리터러시 함양을 위해서는 통계정보 제공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는 텍스트 위주의 통계에서 핵심 정보를 정리해 누구나 쉽게 이용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표·애니메이션·인포그래픽으로 보여주는 통계시각화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 연말을 목표로 통계를 추천하고 전문적 질의응답도 가능한 초거대 AI 기반 통계 챗봇 서비스도 구축한다. 다소 낯설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국가통계와 데이터가 좀 더 친근하게 국민에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고 했다. 데이터는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디지털 세상의 언어다. 아이들이 미래의 세상에서 새로운 언어의 한계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도 일선 학교에서 통계와 데이터 관련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열 일을 마다하고 달려갈 것이다. 데이터 리터러시가 충만한 국민이 만드는 빅데이터 강국의 미래로 가는 길이 그 곳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