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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의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 중 가장 높은 금리 구간인 18~20%의 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의 비중이 40%를 넘는 카드사가 5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개 카드사의 최고 금리 적용받는 고객 비중의 평균도 39.88%에 달했다. 리볼빙 이용자 10명 중 4명은 저신용자로 고금리의 늪에 빠진 것이다.
리볼빙은 카드사에 내야 할 돈의 일부를 다음 달에 갚을 수 있도록 한 일종의 고금리 대출 서비스다. 결제성 리볼빙을 이용하면 카드 결제로 발생한 할부금 중 일부 금액의 납부를 미룰 수 있다. 주로 당장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저신용 취약 차주들이 높은 이자율을 감내하면서 이용한다.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가 결제성 리볼빙의 고금리 쏠림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18~20% 금리로 하나카드 결제성 리볼빙을 이용한 고객은 전체의 48.57%에 달했다. 전체 결제성 리볼빙 고객의 절반가량이 최고 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셈이다.
경기침체·물가상승…저신용자 ‘리볼빙 늪’
저신용자가 고금리 결제성 리볼빙의 늪에 빠지는 이유는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의 영향이 가장 크다. 생활자금으로 쓰이는 카드 결제액은 물가가 오르면 늘 수밖에 없어, 저신용자의 리볼빙 이용 비중도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론과 달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벗어나 다중채무자 이용자가 많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8개 카드사의 리볼빙 평균 금리는 연 15.66~18.13%로 전달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리볼빙 자체가 저신용자가 많이 활용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라며 “단기 대출성 서비스인 만큼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카드사가 의도적으로 리볼빙 유도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고금리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비자를 리볼빙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카드사 모바일 앱에는 여전히 리볼빙에 대한 눈에 띄는 경고문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업계가 모여 리볼빙 개선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리볼빙에 가입하기 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