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인기투표 된지 오래"…'능력자 애널' 기준 바뀌어야

빅데이터·근거 없이 폴기간 이미지 `투표`
증권사는 마케팅 도구·애널은 인센티브 `당근`
"베스트 애널, 개인 신경 안 써…수익률로 접근해야"
  • 등록 2020-12-22 오전 12:21:00

    수정 2020-12-23 오전 7:45:29

[이데일리 김재은 박정수 기자] “과거에는 대고객 서비스 확대를 위해 지점 프라이빗 뱅커(PB)들과 연결고리가 많았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주간 추천종목도 많이 냈고, 지점만 지원하는 팀도 따로 있었다. 동학개미운동을 맞아 리서치센터가 개인투자자 맞춤형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

유튜브에서 개별 지점 설명회까지. 증권사들이 늘어난 개인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다양한 종목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부족하다.

증권사들이 스몰캡보다는 수요가 많은 해외주식이나 기관들이 투자하는 대형주 위주의 분석을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기관들의 투자 대상인 대형주에 맞춘 보고서가 대다수인 것은 20년 이상 이어져 온 기존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매니저 친분 따라 투표…증권사는 마케팅 활용


20년간 증시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했지만,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은 여전히 연기금과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 평가에만 의존하면서 결국 `인기투표`로 전락했다는 푸념이 나온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베스트 애널리스트 폴(투표)을 할 때 청탁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며 “설문지에도 왜 뽑았는지에 대한 매니저 코멘트나 근거를 적는 게 없어서 그냥 친분으로 도와주기가 쉽다”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 본연의 업무인 보고서를 열심히 쓰고, 수익률도 좋지만, 이런 걸로 (베스트 애널리스트)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며 “매니저 입장에선 폴 기간에 연락해서 투표해달라고 요청하는 애널리스트를 찍어주게 되는데 결국 표를 구걸하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분석 업무에 집중하는 애널리스트보다는 친분이나 로비력 등 본연의 업무 이외의 측면이 더 많이 반영되는 셈이다.

실제 올해 베스트 애널리스트 부문 1위에 오른 22명의 보고서 발간일 시가대비 50거래일이내 최고가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20.79%를 기록했다. 이중 절반인 11명의 수익률이 20%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애널리스트(60.95%) 대비 3분의 1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같은 평가시스템은 그동안 기관들이 주식시장에서 ‘큰 손’으로 군림하며 시장을 좌우하던 시절에 마련됐다. 때문에 기관투자자의 평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리서치센터 비용을 대부분 법인영업파트에서 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베스트 애널리스트 1위에 선정되면 해당 애널리스트에겐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소속 증권사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를 대외 마케팅에 십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개인투자자에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에겐 `무쓸모`…수익률 기준 등 대안 필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개인투자자에게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개인들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열광하지만, 결국 애널리스트는 기관에게 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동학개미’가 떠올라도 증권사로서 마케팅 측면을 고려할 때 기관 대상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투자자 대상의 대형주 위주인 현재 분석보고서에서 탈피해 개인투자자에게 다양한 종목 정보를 제공할 필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일부 중소형사는 팀을 별도로 꾸려 스몰캡 종목에 적극 대응하며 일정부분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만약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시 수익률을 토대로 하면 친분 등이 작용하기 어렵다”며 “개인투자자에겐 수익률이 중요한 만큼 추천 종목 또는 보고서를 토대로 수익률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증권사들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대표는 “개인투자자들의 매매스타일이 빨라진 만큼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수익률이 숫자로 나오는 게 겁날 수 있지만 개인에게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며 “애널리스트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률을 기준으로 한 베스트 애널리스트 선정이 이뤄진다면, 애널리스트 스스로 수익률로 평가받기 위해 좋은 종목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개인투자자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란 기대다.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사실 스몰캡 종목보다 더 많은 수요가 있는 해외주식, 대형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형 증권사가 니치마켓 공략의 일환으로 스몰캡 분석을 특화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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