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유가도 증시반등도…현·선물시장 흔드는 파생
미국 최대 원유 ETF인 Unites States Oil ETF(USO)는 최근 마이너스 유가의 주범이라고 손가락질을 받고 있습니다. USO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움직임을 추종하는 ETF로, 최근 저점을 노리고 들어온 개인투자자들 덕에 2달 동안 운용총액이 2배 증가해 약 40억달러(5조원가량)에 달합니다. 이러한 열화에 해당 ETF는 5월물 원유 선물 만기 한 주 전만 해도 WTI 5월물 전체 물량의 25%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하죠.
그런데 ETF 투자자들은 실물 기름통을 받고 싶어 투자한 것이 아니라 그저 유가 상승분만큼의 차익을 누리고 싶었을 뿐인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USO ETF를 운용하는 입장에선 5월 만기까지 원유 선물을 보유해서 기름통을 받는 것이 아니라 만기 전에 5월물을 팔아서 6월물로 갈아타는(롤오버) 것이 필요하죠. 안그래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비행기가 멈추는 등 원유 수요가 없다시피한 상황인데, 이 ETF는 갖고 있던 대량의 5월물 원유 선물까지 팔아버린겁니다. 수급 악재에 또 악재가 겹쳐지다보니 마이너스 유가라는 전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얘기죠.
문제는 비슷한 일이 다음달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USO는 현재 ETF가 가진 자산의 80%를 6월물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만기쯤이 되면 또 똑같이 유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국채를 팔아 시중에 풀려나간 현금이 시간이 많이 지나면 회사채와 하이일드까지 옮겨가기는 하겠지만, 불과 한달만에 그것도 신용경색 국면에서 화폐유통속도가 급격히 상승했을 가능성은 없다”며 “최근 주가상승을 이끈 힘은 연준이 푼 돈이 아니라 개인들의 돈이 ETF로 몰려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사상 초유 사태에 기초자산 추종 포기한 ETF
최근 USO는 근월물과 차월물을 8대 2의 비율로 갖고있던 것을, 앞으로 근월물-차근원물-차차근월물을 각 40:55:5의 비율로 보유하겠다고 운영방침을 바꿨습니다. 당장 눈앞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가는 5월에 마이너스로 떨어진 적이 있고 앞으로도 만기가 다가올 때마다 그럴 가능성이 적지 않으니, 비교적 높은 값을 받는 먼 만기의 선물을 미리 바구니에 넣어둔 겁니다. 그래야 롤오버 할 때마다 만기를 앞두고 똥값이 된 원유(근월물)를 팔고 비교적 제값이 받는 원유(차근원물)를 사들이며 누적되는 손실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현재 USO는 5월물을 6월물로 갈아타면서 7월물 뿐 아니라 8월물까지 보유한 상황입니다.
대신 USO ETF는 앞으로 뉴스에서 나오는 유가의 움직임과 비슷하게 움직이진 않을 겁니다. 만기가 돌아올 6월물이 만약 마이너스로 값이 재차 떨어진다고 해도 8월물이 아직 배럴당 10~20달러정도의 값을 받고있으면 하락폭이 다소 상쇄될 테니까요. 반대로 유가가 급등한다면 상승폭은 그만큼 못 따라갑니다. 근월물은 지금 워낙 싼 만큼 오를 때도 크게 오르는데, ETF가 갖고있는 자산은 급등한 근월물 뿐만 아니라 다소 덜 오른 차근원물-차차근원물까지 담겨있을테니 말이죠.
시장의 흔들림이 과하다 보니 파생상품의 규모가 갑작스레 커지고 있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점도 많은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원유투자가 수급과 공급으로만 결정되는 이른바 ‘홀짝게임’에 가깝다며 이런 상황에서의 투자는 삼가길 권하고 있으니 투자자들은 유념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