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인식에 1초, 비번 누르는데 1초…2초면 결제 끝

한양대 '신한 페이스페이' 첫 상용화
지갑·스마트폰 없어도 결제 가능
문자인증→카드등록→얼굴등록
키오스크 초보도 3분이면 충분
  • 등록 2020-04-10 오전 5:12:00

    수정 2020-04-10 오전 5:12:0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구내에 위치한 한 편의점. 음료수 캔을 하나 들고 계산대 앞에 섰다. “페이스페이로 할게요.”라고 점원에게 말했다. 그리고 키오스크(Kiosk·무인단말기)에 설치된 안면인식 카메라에서 서자 1초만에 나를 비친 화면의 테두리가 초록색으로 변한다. 기계가 얼굴을 인식했다는 뜻이다. 곧바로 비밀번호 네자리를 입력하라는 표시가 뜬다. 1초만에 비밀번호 입력하니 결제는 끝. 내 얼굴이 신용카드가 되고, 사인은 비밀번호로 대체됐다. 결제 과정에 현금도 카드도 스마트폰 앱도 필요 없었다.

선글라스·모자 써도 인식 가능


기자는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9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를 찾았다. 한양대는 신한카드의 페이스페이의 첫 서비스 지역이다. 신한카드는 3월 초 개강 시점에 맞춰 대대적 출범 행사를 하려고 했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강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날 단출하게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구내 식당을 찾은 한 소비자가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를 이용해 안면인식 결제 방식으로 식권을 구매하고 있다. 설치된 인식 카메라를 한번만 쳐다보고 간편 비밀번호 네자리만 입력하면 단 2초만에 모든 결제가 완료됐다.
안면인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화각이 넓은 듀얼(이중) 카메라로 인식률을 높여 이용자의 키가 크거나 작아도 본인이 편한한 자세로 화면 정면만 응시하면 된다고 신한카드 측은 설명했다. 선그라스를 쓰거나 모자를 썼을 때도 인식이 잘 될 수 있을지 물었더니, 박재욱 신한카드 페이먼트이노베이션(PI)셀장은 “얼마든지 인식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등록 때부터 고객의 얼굴 정보를 사진(화상) 정보 그대로 수집하는 방식이 아니라 특수 제작된 3D·적외선 카메라로 이용자의 안면 윤곽선과 이목구비 위치 등 개인만의 여러 특징점들을 비식별 처리된 디지털 정보(가명정보)로 추출하고 결제 시 정보들을 매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한 구내 CU편의점에서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를 이용해 안면인식 결제 방식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설치된 인식 카메라를 한번만 쳐다보고 간편 비밀번호 네자리만 입력하면 단 2초만에 모든 결제가 완료됐다. 이곳에서는 계산대 외에도 한편에 마련된 무인계산대에서도 신한 페이스페이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해 결재 대기시간을 더욱 줄였다.
다만, 신한 페이스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최초 1회 사전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을 위해 신한은행 한양대지점에 들어서 마련된 페이스페이 등록 키오스크 앞에 서니 크고 깔끔한 화면이 나타났다. 시력이 약한 노약자들도 쉽게 이용 가능해 보였다. 등록 시작부터 완료까지는 본인 정보 및 안면 인식 등록 등 3단계를 거치며 단 1분 가량의 시간만을 필요로 했다. 키오스크 활용이 상대적으로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도 쉬운 조작으로 2~3분 정도면 넉넉히 등록을 마칠 수 있어 보였다. 그래도 키오스크 이용이 번거롭다 싶으면 신분증을 지참하고 바로 옆 창구로 가면 은행 직원이 모든 등록 과정을 도와준다.

서울 성동구 신한은행 한양대지점에 마련된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 키오스크에서 이용 등록을 하고 있는 모습. 등록 완료까지 3단계만 거치고 1분 가량의 시간만 소요됐다.
세계 첫 신용·체크카드 기반 얼굴인식 결제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기반으로 이용자의 얼굴을 인식해 결제가 이뤄지는 시스템은 신한카드의 페이스페이가 세계 최초의 시도다. 앞서 중국의 비슷한 구현 원리를 바탕으로 한 얼굴인식 결제 시스템이 출시되고 수십여 도시에서 상용화 중이지만, 카드 기반이 아닌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Pay) 등 계좌 이체 또는 선불 충전식 간편결제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신한 페이스페이는 지난해 5월 금융위원회 주관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 행사에서 시연한 안면 인식 결제 서비스를 그해 8월 신한카드 사옥 내 식당·카페·편의점 매장 결제에 적용하고 임직원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해왔다. 같은 해 10월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고, 2년 간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신한 페이스페이는 LG CNS와 기술협력을 통해 개발됐다. 3D·적외선 카메라로 얼굴의 특징점을 디지털 정보로 추출해 신한카드의 결제정보를 매칭하고 가상카드정보인 ‘토큰’으로 결제를 승인하는 구조다.

신한카드는 이번 신한 페이스페이 공식 상용화를 시작으로 서비스를 더욱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한양대뿐 아니라 신한 체크카드를 기반으로 한 학생증을 사용하는 건국대·숙명여대·이화여대 등으로 사용처를 순차적으로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또 CU편의점과 협업을 통해 현재 야간 시간대에 무인으로 운영되는 전국 100여개 하이브리드 편의점 ‘CU 바이셀프(Buy-self)’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유태현 신한카드 디지털퍼스트본부장은 “얼굴인식 결제는 페이먼트 혁신의 종착지”라며 “신한 페이스페이는 얼굴이 지갑이 되는 결제 환경 변화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 개월에 걸친 개발 및 테스트를 통해 국내 첫 안면결제 서비스 오픈에 만전을 기했다”면서 “페이스페이의 결제 편의성과 보안성을 강화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미래 결제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성동구 한양대 본관 모습. 신한카드는 9일 한양대 서울캠퍼스에서 카드나 스마트폰 없이 안면인식으로 결제하는 ‘신한 페이스페이(Face Pay)’ 서비스를 처음 공식 상용화했다. 신한카드는 향후 서비스 공급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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