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354만명’ Vs 고용부 ‘179만명’…못 믿을 비정규직 통계

기관마다 169만~354만명 들쑥날쑥 통계
통계청 “기간제 55만명 증가, 정확한 통계”
고용부 “13만명 감소, 통계청 통계 이해 안돼”
고용상황 진단 엇박자, 정책 추진에 혼란 우려
  • 등록 2019-10-31 오전 5:00:00

    수정 2019-10-31 오전 5:00:00

강신욱 통계청장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브리핑실에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결과’ 관련 브리핑을 통해 “(국제노동기구 권고에 따라 조사 방식을 바꾼 결과) 기간제 근로자가 추가로 포착됐다”며 “(통계청) 조사가 좀 더 정확해졌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비정규직 국가통계가 신뢰성 위기에 처했다. 비정규직 규모·증감 추세가 통계를 산출하는 부처마다 제각각이어서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고용정책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가 국가통계를 책임지는 통계청 통계를 못 믿겠다며 공개적으로 불신을 드러내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통계청이 국가통계위원회 심의조차 없이 자의적으로 고용통계 조사방식을 바꾼 후폭풍이다.

기간제근로자 규모(올해 6월 기준)와 증감 추이에 대한 정부통계는 조사방식과 부처에 따라 제각각이다. 30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통계청에 따르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경활조사)에서는 354만명,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조사(사업체조사)에서는 179만명, 고용부의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고용보험DB) 집계에서는 169만명이다. 조사에 따라 최대 185만명이나 차이가 난다.

규모뿐 아니라 증감 추세도 엇갈린다. 5인 이상 사업체 기준으로 기간제 근로자수가 경활조사에선 작년 6월 231만1000명에서 올해 6월 285만9000명으로 54만8000명(24%) 급증했다. 고용보험DB에선 같은 기간 153만3000명에서 168만5000명으로 15만2000명(10%) 증가했다. 반면 사업체조사에선 같은 기간에 192만5000명에서 179만1000명으로 13만4000명(7%) 감소했다.

청와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는 공개적으로 비정규직이 급증했다는 통계청 통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효순 고용부 고용지원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계청 조사 결과는)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수치”라며 “인사노무 담당자를 통한 사업체 조사는 굉장히 정확하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기재부 관계자도 “고용 형태는 사업체에 묻는 게 맞다”고 거들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고용률이 역대 최고”라며 “기간제가 증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통계청이 명쾌한 설명 없이 통계를 개편해왔기 때문에 통계를 믿기 힘들어진 것”이라며 “기관마다 통계가 다르면 어느 장단에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게 된다. 통계 조작 우려가 없도록 투명하게 통계 작성 과정·원데이터를 공개하고 시계열 비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간제=근로계약 기간을 설정한 비정규직 근로자. 기간제법에 따라 사업주는 2년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제를 사용할 수 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기간제 근로자 인원이 고용노동부 통계보다 150만명 넘게 많다. 2019년 6월 기준. 단위=만명. [출처=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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