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 실종’의 시대, 협치는 어디 갔는가

  • 등록 2018-05-09 오전 6:00:00

    수정 2018-05-09 오전 8:16:52

국회 정상화가 불발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어제 최종 담판에서도 지루한 줄다리기만 펼쳤을 뿐 합의에는 끝내 이르지 못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자유한국당이 어제 오후 2시를 정상화 시한으로 못 박은 상황이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정상화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5월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겠다며 배수진을 쳤고, 정 의장도 4월분부터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엄포를 놨으나 별무효과였다.

최대 쟁점은 댓글조작이 드러난 드루킹 사건 특검 여부다. 당초 특검 도입에 완강히 반대하던 더불어민주당이 특검을 수용하겠다며 한 발짝 후퇴하는 듯했으나 여러 조건을 내걸면서 또다시 협상의 발목을 잡았다. 특별검사를 야당이 추천하되 거부권은 여당이 갖겠다는 요구나 ‘판문점 선언’ 비준과 추경 등도 함께 처리하자는 주장은 야당의 반발을 살 만했다. 급기야 바른미래당도 국회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간 상황이다.

비록 정 의장과 한국당이 제시한 시한은 지났지만 여야가 합의만 하면 국회를 소집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파행이 더 이상 지속된다면 상반기 국회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오는 29일로 5월 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지방선거 국면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3주 정도의 기간이 상반기 국회 일정의 전부인 셈이다.

4월에 이어 5월도 ‘빈손 국회’로 끝난다면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슨 체면으로 국민을 대할 텐가.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푸는 숙제는 아무래도 무한책임을 진 여당의 몫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전례에 없는 특별검사 거부권을 거둬들이고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순리다. 야당도 긴급한 민생 법안을 돌아보지 않고 정치 투쟁에만 매몰해선 자승자박이 되기 십상이란 점을 깨달아야 한다.

꼭 1년 전 문재인 정부가 ‘나라다운 나라’를 기치로 내걸고 약속했던 협치의 정신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실업률 급등과 수출 둔화로 경제도 어려워진 가운데 빚어지는 ‘정치 실종’은 어이가 없다. 걸핏하면 국회 문을 걸어닫는 악습은 과감히 추방해야 한다. 여야 협상 타결로 국회가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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