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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미 FTA 상호 호혜성 강화”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4일(현지 시간)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한미 FTA 개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FTA 개정협상을 시작하기 위한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국회 보고 등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의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이다. 협상 대상, 범위 모두 유동적이다. 자동차, 철강, 농업 등 주요 현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대화에 나서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전면개정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즉시 철폐를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농산물 분야는 한미 FTA의 뇌관으로 꼽힐 정도로, 피해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 8월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FTA 1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무역 전문지 ‘인사이드 US 트레이드’에 따르면 미국은 당시 공동위원회에서 한미 FTA 발효 이후 15년에 걸쳐 철폐하기로 한 농산물 관세를 당장 없앨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한국산 농산물에 대해서는 관세를 5~10년 더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협상과 관련해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동차, 철강, 농업 관련 논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 “협상 전략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말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2차 특별회기 결과에 대해 “차분하고 굳건하게 대응한 최선의 결과”라며 “이익 균형을 (흔들리지 않도록)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농민 반발 “트럼프를 위한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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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농은 “한미 FTA(발효) 이후 미국 농·축산물 수입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농업 붕괴는 심화됐다”며 “더구나 1차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농산물 관세철폐를 노골적으로 요구했고 특히 쌀 개방도 압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한쪽이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구하면 상대방은 30일 이내에 무조건 응해야 한다. 8월에는 미국이, 10월에는 한국이 특별회기 개최를 요구했다. 양국은 워싱턴에서 열린 2차 특별회기 의제를 한미 FTA로 선정했다. 특별회기에서 양국이 합의하면서 FTA 개정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양국은 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한국에서 통상장관회담을 열 예정이다.
※개정협상, 수정협상, 재협상=미국 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르면 개정(amendment)협상은 의회 통보를 거쳐야 하는 협상을 뜻한다. 의회를 거치지 않고 행정부 권한 내에서 소규모로 바꾸는 게 수정(modification)협상이다. 한미 FTA의 경우 의회 보고를 거쳐야 해 한미 FTA 개정협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2차 특별회기에서 양측이 합의한 것은 ‘개정절차를 밟기로 합의’한 것이다. 한국의 경우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공청회·국회 보고 등 개정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개정협상을 시작하는 시점은 양국 통상법에 따른 이 같은 개정절차를 거친 뒤에야 확정될 수 있다. 일각에선 내년 초를 예상하고 있다.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표현은 한미 협정문에 없는 표현으로, 공식적인 협상 용어는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FTA를 전면 개정하는 뉘앙스를 풍기려는 정치적인 수사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