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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국내외를 대표하는 발레단들이 오는 11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나란히 대작을 선보인다.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마린스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가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공연 시작까지 한 달 이상이 더 남아 있지만 인터파크 등 주요 티켓 예매처에서 무용 부문 예매율 상위권에 포진해 있을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안나 카레니나’(11월 1~5일)는 국립발레단이 2017년 시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스위스 취리히발레단의 크리스티안 슈푹 예술감독이 발레로 재창조했다. 2014년 초연 당시 안무·무대·영상·의상 등 모든 요소가 예술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안나 카레니나’ 공연은 아시아 초연이다.
국립발레단은 클래식·모던·드라마 등 발레의 여러 요소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비톨트 루토슬라프스키의 음악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을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10월 중 크리스티안 슈푹이 내한해 주역으로 나설 무용수를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평창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이다. 동계올림픽 기간에 맞춰 내년 2월 평창과 가까운 강릉에서 ‘허난설헌_수월경화’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세계인이 한 자리에 모이는 축제인 만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안나 카레니나’라는 원작을 발레화한 작품으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고 공연 취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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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발레단은 국내 발레단으로는 유일하게 ‘오네긴’의 공연권을 획득해 2009년 처음 무대에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2013년 이후 4년 만의 재공연이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오네긴’은 존 크랑코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명작으로 발레·연극·음악 등 서로 다른 장르가 얼마나 조화롭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올해는 수석무용수 황혜민(39)·엄재용(38) 부부의 은퇴 공연으로 무용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두 사람은 “최고의 정점에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었다”며 “재능있는 후배들이 올라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주고자 한다”며 은퇴 이유를 밝혔다. 유니버설발레단은 공연 기간 중 두 사람의 은퇴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25)이 지그프리트 왕자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김기민은 2009년 12월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에서 국내 직업발레단 역사상 최연소로 지그프리트 왕자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2011년 11월 동양인 최초로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해 2015년 수석무용수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한국인 발레리노 최초로 수상했다.
세계적인 명성의 발레단답게 티켓 가격도 올해 무용공연 중 최고가인 28만원(R석)으로 책정됐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마린스키발레단 소속 무용수와 함께 마린스키극장이 분관 개념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 세운 마린스키 프리모스키 스테이지 발레단 무용수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주역 무용수는 김기민을 포함해 모두 마린스키 발레단 소속이다.
이들 세 단체의 공연은 무용 팬에게는 발레의 진수를 맛볼 기회가 될 전망이다. 또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다룬 만큼 발레가 생소한 일반 관객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 단장은 “이번 공연이 어긋난 사랑을 위로하고 일상에서 잊고 지낸 소중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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