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축하한다

  • 등록 2016-05-18 오전 6:00:00

    수정 2016-05-18 오전 6:00:00

소설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작품 ‘채식주의자’가 이 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작으로 뽑힌 것이다. 지난 3월 후보의 한 명으로 처음 이름을 올렸을 때부터 수상 가능성이 기대되던 터였다. 맨부커상이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는 점에서도 함께 축하할 만한 일이다.

이번 수상으로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 문학이 세계무대로 발돋움하게 됐다는 사실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자 한다. 터키의 노벨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을 비롯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에서도 한국 문학의 위상을 새롭게 평가받은 셈이다. 그동안 잠재적 후보군에만 머물렀던 노벨문학상을 향해서도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문학계 내부로 눈길을 돌려본다면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도전적 창작의식을 자극할 수 있게 된 것이 커다란 수확이다. 순수 문학에 대한 기대와 열정이 그것이다. 인터넷의 범람으로 문학이 갈수록 세속화되고 작가 의식은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던 마당이다. 인간과 우리 사회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얘기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리 문단의 치열한 작가 의식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문학에서 번역이 차지하는 중요성이다. 이번 수상작을 번역해 해외에 처음 소개한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가 한강과 함께 공동 수상자로 호명된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음악이나 미술, 무용 등 다른 분야와는 달리 문학 작품은 다른 언어로 번역돼야만 의미 전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국문학번역원의 역할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수상에 따라 문학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점도 하나의 기대 사항이다. 독자들이 시나 소설에 눈길을 주지 않는 상황이라면 문학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인들이 자기네 작품도 제대로 읽지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그것은 출판사들의 얄팍한 장삿속과도 다르다. 인간의 존재 가치를 따지려는 자기성찰이 그 토양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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