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으로 가는 노후]노인들의 반란! "실버타운 싫고, 도심에 살고 싶다"

월 400만원 고비용 '시니어타운' 6개월 대기자 밀린 이유
액티브시니어 선호 2가지 입지조건..대형병원, 지하철
65세 이상 공짜 지하철 이용, 24시간 간호사 대기 시스템 최적
  • 등록 2016-04-27 오전 6:00:00

    수정 2016-04-27 오전 6:00:00

시니어타운 더클래식500 입주민들이 댄스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더클래식5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오명 전 건국대 총장은 지난 2009년 입주 이후부터 7년째 시니어타운 ‘더클래식 500’에 살고 있다. 더클래식 500은 높은 분양가와 시니어타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초기엔 미분양이었지만 4년만에 100% 입주가 완료됐다.

처음 8억 원이었던 보증금도 9억 2000만원으로 4년만에 1억 2000만원이나 올랐다. 이 곳에서 사는 한 달 최소 고정 비용만 400만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6개월 이상 대기자가 밀려 있다. 더클래식500 관계자는 “3년 계약인데 재계약률이 높기 때문에 계약금 1000만원을 걸고 대기 리스트에 등록을 해야 한다”며 “공실이 생겨야 입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퇴자에게 필요한 두 가지 ‘병원과 지하철’

본격적인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된 가운데 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주거지는 어디일까. 과거 1세대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도시를 떠나 전원 실버타운을 선택했다. 하지만 스스로 노인이기를 거부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은 “요양 병원같은 실버타운에 살면서 이웃들이 한명씩 죽어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들이 노후에도 살기 원하는 곳은 현역 시절을 보냈던 ‘도심’이다.

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소장은 “1세대 실버타운들은 대부분 폐업 위기에 있다”며 “더클래식500과 같이 도심에 위치한 실버타운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액티브 시니어들이 도심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병원’과 ‘지하철’ 때문이다. 은퇴 이후 시니어들에겐 24시간 응급 진료 시스템이 갖춰진 대형 병원이 중요하다. 더클래식500 역시 5분 거리에 건국대 병원이 있어 1년에 한번씩 무료 검진을 받을 수 있으며, 전담 간호사가 24시간 근무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김학렬 부동산 칼럼리스트(‘부자의 지도’ 저자)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위급한 상황을 넘길 수 있었던 것도 인근에 순천향대학병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은퇴자들에게 대형병원 위치는 거주지를 선택할 때 첫번째 고려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 다음으로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입지는 지하철 역세권이다. 65세 이상이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메리트다. 최근 지하철 노선이 수도권 외관까지 확장하면서 노년층의 지하철 이용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백원기 ‘노후를 위해 집을 이용하라’ 저자는 “노인들에게 지하철은 편하고 안전한 최고의 교통수단”이라며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든 무슨 지하철역 몇 번 출구에서 보자는 식으로 약속을 잡는다”고 전했다.

은퇴해도 현역때 처럼 살고파

자녀를 분가시킨 은퇴자들은 집의 규모를 줄여 원래 살 던 곳 근처로 이사를 원한다. 오래 살아 익숙한 지역과 이미 잘 형성된 커뮤니티를 벗어나고 싶지 않아서다.

최근 개포 주공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이 하루 만에 완판된 이유도 강남지역에 거주하는 노년층들 살기에 적합한 입지이기 때문이다. 인근에 삼성서울병원이 있고 대모산 등 자연환경도 좋다. 이 때문에 소형인 59㎡(17평) 평형이 많은데도 강남 3구 거주자가 전체 분양물량의 47%를 차지했다.

김학렬 칼럼리스트는 “분양 전부터 대박을 예견했다”며 “젊은 세대라면 잠원동이나 대치동을 선호하겠지만 노년층들에겐 자연환경과 대형병원이 더 중요한 입지 조건”이라고 말했다.

성열기 삼성생명 센터장은 “최근 노년층들은 지금 사는 지역에서 지금껏 살아온 방식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가족들을 만나기 편하고 각종 편의시설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어 도심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귀촌 선택시 커뮤니티 구성 고민해야

기존에 거주하던 대도시 아파트는 월세를 주고 지방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다만 대도시를 떠나 귀촌을 선택할 때는 주의할 점이 있다.

읍 이하 면, 리로 가는 것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요즘 지방이라도 읍 단위 이상은 인근에 대형 병원이 있고 중심상업시설들이 잘 발달해 있다. 주거비를 줄이면서도 기존 대도시에서 누리던 생활을 유사하게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에 살다가 고향 인근 계룡시로 낙향한 은퇴자는 “서울에 살 때보다 더 큰 집에 살면서 생활 만족도도 높다”며 “방이 4개라 자녀들이 게스트하우스로 쓰기도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귀농과 귀촌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읍 이하 단위로 내려가 귀농을 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설명이다.

권도형 소장은 “최근 노년층들의 주거 트렌드는 다운사이징과 사이트 투 사이트(귀촌현상)”이라며 “귀촌의 경우 새로운 커뮤니티를 다시 형성해야 하기 때문에 고향 인근 등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액티브 시니어란

은퇴한 뒤에도 소비와 여가생활을 즐기는 등 사회활동에 적극적인 50~60대를 말한다. 축적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경기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 높은 구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외모나 건강관리 등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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