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대구 인구(현재 249만명)는 수년째 계속 줄고 있다. 특히 한창 일할 20~30대가 급감하고 있다. 10여년 전인 지난 2004년과 비교해보면, 전체 인구는 5만명 줄었는데 25~29세 연령대만 6만명 가까이 감소했다. 다른 20~30대 연령대도 크게 줄었다. 70대 택시기사 황모씨는 “우리 아들래미도 서울로 일하러 갔다”면서 “젊은 얼라들이 다 외지로 가뿌니까 도시에 활기가 엄따”고 했다.
지난 21일 만난 대구시민들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대구는 우리 산업화의 핵인 섬유산업의 메카였다. 수성구 인근에서 만난 50대 박모씨는 “섬유산업이 다 죽으면서 대구도 함께 몰락했다”고 했다. 대구는 더이상 서울·부산에 이은 ‘제3의 도시’가 아니었다.
경기침체의 불만은 정치변화의 열망으로 바뀌고 있었다. 대구는 이미 내년 총선 전쟁이 시작된 분위기였다.
여야 모두 “옛 영광 되찾자”…김문수 김부겸 혈투 주목
지난 21일 오후 3시 대구 동구청 대회의실. 새누리당 대구시당위원장인 류성걸 의원(대구 동구갑)이 오전 서울 일정을 마치고 급히 대구로 내려왔다. 재건축 관련 주민공청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50석 가까운 좌석은 꽉 찼다. 대부분 노년층이었다. 류 위원장은 2시간에 걸친 공청회가 끝난 후 주민들 손을 잡으며 “잘 살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류 위원장은 올해 KTX를 130회(왕복을 1회로 계산) 넘게 이용할 것 같다고 한다. 시당위원장직까지 맡아 대구 선거를 책임지면서, 이미 지난해 이용횟수(108회)를 넘겼다.
류 위원장은 “대구는 새누리당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했다. 역점을 두는 건 역시 경제다. 그는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 경제전문가이기도 하다. 류 위원장은 “서비스, 특히 IT 벤처 분야에 특화해 수도권의 판교밸리 같은 ‘동대구벤처밸리’를 만들고 있고 실제 외지 젊은이들도 오고 있다”고 했다.
김문수 전 지사 측은 “지난해 대구에서 택시기사를 하면서 경기침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대구 정가에 밝은 관계자는 “여당이 여론조사상 15~20%포인트 뒤진다는 것은 곧 박빙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에 맞선 김부겸 전 최고위원이 가장 경계하는 점은 ‘낯섬’이다. 대구시민들은 선거 때마다 ‘기본 중 기본’으로 기호1번을 찍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는 “주민들이 새정치연합이라고 하면 굉장히 어색해 한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상 앞서있긴 하지만) 앞으로 몇차례 고비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전 최고위원의 해법도 경제이긴 마찬가지다. 그는 “예전엔 섬유산업의 50~60%를 대구에서 했다. 그게 무너진 후 신성장동력을 못 찾은 게 뼈아프다”면서 “스타트업 창업 분야를 더 키울 것”이라고 했다. 그의 선전은 당에서도 기대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대구시당 관계자는 “수성갑은 내년 총선 전체 지역구 중 ‘빅3’ 안에 들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지역구인 동구을도 관심 지역…여론은 엇갈려
대구의 또다른 격전지는 동구을이다. 대구의 ‘정신적 지주’인 박 대통령과 갈등이 있었던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다. 유 의원 지역사무소 바로 앞에는 묘하게도 국정교과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대한민국 부정하는 역사교과서를 바로 잡겠습니다.” 유 의원은 이미 국정화 방침에 반대한 바 있다.
여론은 갈렸다. 인지도는 확실히 유 의원이 앞섰다. 동구 반야월시장에서 빵을 파는 52세 조모씨는 “유승민이 아직 신임을 잃지는 않았다”면서 “아주 소수만 배신자라 카는데 다수가 그런 건 아이다”라고 했다. 어묵장사를 하는 56세 안모씨도 기자에게 “유승민이 왜 배신자냐”고 되물으면서 “그런 소신있는 사람이 크게 돼야 한데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옆에서 듣고 있던 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이재만이도 사람 좋고 인기가 많지”라고 했다.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유 의원의 경쟁자다.
유 의원을 배신자라고 부르는 시민들도 더러 있었다. 5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도의적으로도 유승민이 배은망덕 한 것 아니냐”면서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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