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브리핑]양적완화의 사전적 의미

  • 등록 2013-12-27 오전 8:36:54

    수정 2013-12-27 오전 9:54:51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시대에 따라 단어의 의미는 조금씩 달라진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뒤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악마의 사전-금융판’을 소개하며 경제 용어의 의미를 재해석했다. ‘무죄판결=부(富)’, ‘질병=조물주가 기부한 의과대학의 기금’ 식으로 20세기 초반 사회를 냉소적으로 비틀었던 앰브로스 비어스의 책 ‘악마의 사전’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이다.

악마의 사전 금융판에서는 양적완화 정책을 두고 ‘미국 개척기를 배경으로 한 서부 영화에서 총알을 다 써버린 보안관이 마지막으로 총을 악당에게 던지는 점에서 착안한 조치’라고 정의 내렸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세 번째로 총을 내던졌다. 2008년과 2010년 1·2차 양적완화가 실시된 뒤 다시 맨몸으로 던져진 미국 경제는 나아지는 모양새다. 이번주 발표된 경제지표 가운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기대치를 웃돌았고 개인 소비지출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등이 호조세를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뉴욕증시 역시 ‘산타 랠리’를 보여줬다.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올해 들어서 전날까지 벌써 각각 50번째, 44번째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아직 유동성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의 최장기간 매수라는 기록에 힘입어 2050선에 도달했던 증시는 어느새 2000선 밑으로 힘없이 내려와있다. 유동성 장세가 실적 장세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한계에 부닥친 셈이다.

특히 전날 코스피지수의 하락 또한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에 이어 중국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 탓이 컸다. 중국의 인민은행이 유동성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면서 중국 증시가 하락하자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투자자를 실망시켰던 실적은 4분기라고 나아질 것이 없어보인다. 실적 악화로 기업이 배당을 줄이자 배당 매력마저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적완화는 이제 테이퍼링이 시작되면서 그 위력이 조금씩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양적완화의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 증시에 남아있다. 이 그림자 속에서 어떻게 빠져나오느냐에 따라 양적완화의 사전적 의미는 한 번 더 달라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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