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31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
한 금융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는 지인과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의 부친이 목욕탕에서 다쳤다는 얘길 들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고 했다. 그의 부친이 동네 목욕탕에 갔다가 건물 일부가 내려앉았다고 한다. 목욕을 하는 손님이 거의 없었고, 다행히 있던 손님도 찰과상을 입는데 그쳤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가족에게 부녀회 사람이 찾아왔다. 그 사람은 대뜸 "이 사건을 인터넷 게시판이든 어디든 얘기하지 말아달라"고 했다한다.
이유가 뭘까. 그 사건 때문에 동네 아파트 집 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었다.
이들의 행동은 과거 일부 부녀회들의 행태에 비하면 약과일 지도 모르겠다. 급매로 내놨다가 부녀회가 찾아와 일정 가격 밑으로 팔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거나, 협조 안하는 중개업체에 매물을 내놓지 말자며 단체 행동을 유도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행동은 지난 2006년 전후 극심했다. 실제 집 값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당시 정부는 해당 단지를 집 값 담합 아파트로 규정하고 실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부녀회에 대해 주택법령이 규정한 내용은 없다. 다만 주택법 시행령 제57조 제1항에 따르면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사항은 관리규약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부녀회를 단체를 볼 것지가 명확하지 않아 사실 법률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느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현재 담합 행위를 규정하는 법률은 공정거래법인데, 이 법에서도 부녀회의 담합을 담합으로 볼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며 "더군다나 공정거래법 외에는 부녀회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법률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등에서 모니터링을 한다고 하지만, 부녀회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보인다.
"많이 다쳤냐, 건강은 괜찮냐"는 질문에 앞서 "집 값 떨어지니 목욕탕 얘기는 어디에 하지 말라"고 했다는 그 부녀회 사람의 말을 직접 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씁쓸하다.